"그 배서 지 새끼라두 죽었댜? 지가 뭐라구 나슨댜? 먹구 살기두 바쁜디?"
"그늠의 시월혼지 니월혼지 그만 즘 울겨먹으라구혀! 지겹다."
"가소로운 찌질이.... 야, 냅둬라 저러다 저만 다치지."
새벽차로 서울에 올라가야한다는 말에 지역 늙은이들이 내 뒤통수에 붙이는 빈정거림이었다. 그 빈정거림에 발끈하고 싶었다. 만약 내가 반응했다면 그들은 밝지 못한 내 귀 탓으로 돌렸을 것이었다. 의도적으로 '가는귀먹은 네가 들어 봤자 무슨 수를 내랴? 우린 꼭 이 말을 해야겠다'였다.
그들 말도 일리 있다. 나랑 아무런 관련 없는 세월호 사고다. 없는 내 자식이 죽었을 리 없고 일개 필부만도 못한 자가 나서봤자 무슨 효과가 있을까? 도리어 다치기 십상이다. 또한 먹고 사는 일도 일자리 없어 고민하는 이들 보다 부담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처지다.
그래서 나서기 싫었다. 밉상스러운 얼굴이 팔릴까봐 싫었고, 일이 없어도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싫었고, 병약한 몸으로 힘들이기도 싫었고, 주제 넘는 짓이라서 싫었다. 사고 당시엔 놀라고 안타깝고 슬프고 분개했지만 직접 나서기엔 싫었다. ‘그런 의문의 인재사고는 처리의 기본이 있는데 정부가 그 기본만큼이야 해주겠지’하는 믿음과 기대도 있었다. 어쨌든 안타까움과 놀람과 슬픔과 분개를 그러저러한 핑계로 메우며 나 스스로를 제재해왔다.
그런데 이번의 세월호 특별조사위 연장촉구를 위한 단식투쟁 이어가기는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여해보았자 큰 보탬이 되지는 못할 줄도 알았지만, 싫고 싫지만, 참여하지 않고는 나 스스로에게 오래도록 부끄러울 것만 같아 용기를 냈다.
모두 아시다시피 세월호는 의문이 많고 인재로 여기는 사고다. 몇 푼씩 보상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고 반드시 의문들을 제대로 밝혀야만 된다. 국가는 알 권리가 있는 국민에게 그 의문을 풀어주고,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회를 계도해야 할 정치권은 힘을 모아 국가가 그 책임을 충실히 해내도록 도와야 한다. 그 돕는 것이 정치권의 기본의무다. 그 기본의무를 다 해주어야만 가치관이 바로 선 사회가 되고, 국민의 무한한 신뢰와 충성을 얻는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본의무를 못하는 것도 아닌, 안하고 대충 보상 몇 푼만으로 덮어버리려는 정치권이다. 사회를 바로 계도해야 할 정치권이 그 본분을 너무 가볍고도 뻔뻔스럽게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가소로운 찌질이의 눈에도 그 꼴이 몹시 거슬려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연장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께 여쭙고 싶다. 특별조사위의 예산이 아깝다고 여기는 국회의원들께선 과연 세비와 판공비를 받는 만큼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지? 그동안 정치권은 허비하거나 낭비한 예산은 없는지? 있었다면 그때마다 하던 일에서 손을 털었는지? 특별조사 비용이 아까운 만큼 다른 일의 예산을 잘 아끼는지? 아니면 국민의 의문을 풀어주고 사회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일이 그리도 가치 없다는 뜻인지?
세월호 특별조사위가 제대로 일을 해내도록하기 위해선 국가의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특별조사위 활동비용을 마련해주는 것만이 아니다. 특별조사위의 역할을 잘해내도록 조건을 마련해주는 일도 국가의 책임이다, 특별조사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사가 세월호 선체조사다. 그 조사를 하지 않고는 특별조사위가 일을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체를 인양해주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책임이다. 국가는 그 책임도 다 못하고 특조위에게 일을 못한 책임을 돌리고 있다. 즉 국가가 먼저 세월호 인양을 해주고 그 조사가 끝날 때까지 특별조사위를 해산할 수 없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그 기본상식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국가와 국민의 정부가 될 수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의도적으로 특별조사위의 기한이 끝나도록 세월호 인양을 미뤄온 것은 아닌지? 아니라면 미뤄야할 까닭이 무엇인지? 항간에 떠도는 고의적인 사고라는 소문이 사실인지? 사고 해운회사 사주와 정치권의 대대적인 밀착이라도 있는 것인지? 수 천 톤의 철근이 실려 있다는 이야기가 정말인지?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대충 덮어버리려는 까닭이 무엇인지? 뒤가 구린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인지? 여태껏 늦장부리며 의문만 키워왔고 그 의문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의문은 의문의 꼬리를 달고 이어지니 정권이 괴로울 것이고 국민도 괴롭다. 그 의문 때문에라도, 괴로움 때문에라도 세월호 사고는 반드시 그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고, 조사를 끝낼 때까지 특별조사위를 절대로 중단시켜선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사고를 정치권에서 악용한다고 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지만 오히려 그 공세가 더 큰 정치적 악용으로 보인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진상규명을 더 느긋하게 대하며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지도 모르겠다. 여당뿐만 아니고 일부 야당의원들까지도 세월호 사고에 대한 태도는 제사보다 젯밥에 눈독을 들이는 것만 같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은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영달과 정치적 이익에만 정신을 두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러한 정치권을 둔 우리 국민이 애처롭고 불행스럽게 여겨진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최고 권력자와 정치권에게 부탁드린다. 금전만능주의로 인간다운 가치관을 상실해가는 사회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을 끝낼 때까지 특별조사위를 무기한 연장, 꼭 세월호 사고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도록 모든 조건을 마련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이 가소로운 자까지 그 결과를 믿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 치의 의혹도 없는 투명한 조사를 위해서라도, 특별조사위의 조사를 간곡히, 간곡히 요청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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