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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이오블리츠, 에코다이브, 에코티어링 자연탐사 3종 관찰기

지형을 읽고 생물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자연탐사는 살아있는 생태계에 눈을 뜨게 한다.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살피고 만나는 시간, 모두가 어우러져 자연이 된다.

2010년 국립수목원이 시작한 '바이오블리츠', 국립생태원이 열고 있는 '에코다이브', 생태와 오리엔티어링의 만남 '에코티어링'. 때론 채집망과 돋보기를 들고, 때론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따라가 보자. 당신도 이 세 마디를 말할지 모른다.

"찾았다!"

▲ 2016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행사 중 곤충을 탐사하는 모습. ⓒ국립수목원

생물다양성 탐사 세계로 이끌다, 바이오블리츠 7년


24시간, 정해 놓은 지역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이 함께 생물 탐사에 나선다. '바이오블리츠(Bioblitz)'라는 낯선 이름으로 소개된 지 7년. '생물번개작전' '생물다양성 탐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전국에 퍼져나갔다. '블리츠(blitz)'는 '총공격'을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 공을 향해 동시에 달려드는 것처럼, 한 지역에서 같은 시간에 생물을 조사하는 행사다.

지난 6월 25일 DMZ, 강원도 양구군 펀치볼에서 일곱 번째 '바이오블리츠 코리아'가 열렸다. 북반구 온대림 생물다양성을 간직한 DMZ. 양구는 DMZ가 가까우면서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민통선 지역이다. '펀치볼(punchbowl)'이란 이름엔 6.25 한국전쟁의 흔적이 담겨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 한가운데, 60여 년 인간의 발길이 멈춘 땅, 10월 이곳에 DMZ 자생식물원이 문을 연다.

DMZ 생물탐사 24시간. 양구와 춘천을 비롯해 전국에서 참여자 320명이 첫날 오후 2시에 모였다. 전공대학원생과 국립수목원 분류군 전문가를 포함해 전문가 100여 명도 참여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모둠별 생물조사인 '워크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때 채집교육도 자연스레 진행된다. 준전문가는 따로 신청 받아 전문가와 3명씩 모둠을 이뤄 자유롭게 조사에 나선다.

올해는 조사 지역을 펀치볼 둘레길 일부 구간으로 제한해 지역 안내원을 따라 정해진 길로 다녔다. 저녁엔 같이 모여 찾은 생물종과 지역 생태 이야기를 나눈다. 밤에도 야간 곤충탐사가 이어진다.

둘째 날 새벽 5시 조류 탐사에는 70여 명이 참여했다. 오전 내내 워크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탐사를 마치면, 발견한 생물종 수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문가들이 조사한 생물종 이야기와 참여자들이 묻고 답하는 시간으로 마무리 한다.

DMZ 바이오블리츠에서 발견한 생물종은 모두 1541종. 이는 원주 청태산 1689종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미기록종도 여럿 나왔다. 버섯 전문가도 세 번밖에 못 봤다는 분홍애주름버섯, 신종인 야생자두류, 꼬마꽃벌류, 산양의 흔적도 확인했다.

"접경지역은 조사도 못했어요. 다른 지역처럼 자유롭게 조사했다면, 생물다양성이 훨씬 높았을 겁니다. 온대림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DMZ의 가치를 확인했어요."

▲ 바이오블리츠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야간 곤충 채집에 집중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에서 3년째 바이오블리츠를 담당하는 이봉우 박사는 첫 회부터 참여했다. 2010년 국립수목원 신창호 팀장과 목포대 김휘 교수가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국립수목원이 주관하고 식물원수목원협회와 협력해 운영해왔다.

첫 회는 백두대간수목원이 만들어지는 경북 봉화에서 열렸다. 탐사 지역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정한다. 산림생물다양성 조사를 위해 주로 산림 지역과 국립자연휴양림 지역에서 1박2일 열렸다. 2014년 5회는 처음으로 도시 바이오블리츠로 '서울숲'에서, 6회는 울산 태화강에서 열렸다.

서울숲 바이오블리츠 새벽 조류 탐사에 참여자 150명이 새벽 5시에 모여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바이오블리츠 마니아'도 생겼다. 해마다 빠짐없이 참가한 사람도 있다. 바이오블리츠는 환경단체 중심으로 전국에서 크고 작은 규모로 열렸다. 국립수목원 바이오블리츠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지역에 가서 다시 바이오블리츠를 여는 방식으로 퍼졌다.

"자연학습이 한때 유행했었죠. 개인이 시골에 체험장 만들어 1박2일 진행하는데, 한두 명 전문가의 한정된 이야기는 한계가 있어요. 바이오블리츠는 24시간 한 지역에서 전문가들과 1대1로 만나 같이 채집도 하며 궁금한 것도 물어볼 수 있어요. 거의 모든 생물종을 다루니까요."

연구동도 차려 전문가들의 '동정'(현장생물종 이름을 확인하는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질문도 한다. 또한 해마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열어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생물종을 만날 수 있다. 지역 바이오블리츠는 예산 문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계속 열리면 자료도 쌓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도 비교할 수 있다.

올해는 바이오블리츠 워크숍도 열어 미국 바이오블리츠 담당자도 참여했다. 한국은 참여자들이 많은 생물군을 만날 수 있도록 국립수목원이 짜임새 있게 진행하지만, 미국에선 탐사 신청을 하면 생물군을 정해 시간대에 따라 20명 씩 생물 탐사를 하고 남은 사람들은 함께 열리는 축제를 즐긴다.

미국 바이오블리츠는 '아이네이처리스트'를 통해 온라인 생물탐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014년 서울시 바이오블리츠에서도 생물종 사진을 찍어 올리는 온라인프로그램 '네이처링(www.naturing.net)'과 접목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으로는 생물 크기와 색깔도 다양하고 개체변이도 있어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바이오블리츠는 우리집 정원에서나 주제를 정해 개인이 할 수도 있어요. 이것이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보전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중심축인 국립수목원에서 지역 바이오블리츠들을 연결하고 활성화시켜 자료들을 모아 활용하는 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 2015 에코다이브 현장. ⓒ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의 현장으로, 에코다이브

바다로 다이빙하는 것일까? '에코다이브(EcoDive)'는 생태와 다양성을 묶은 말이다. 한 지역을 정해 식물, 조류, 곤충, 양서파충류, 담수무척추동물, 포유류, 담수어류, 지형으로 나눠 생태학 전문가와 시민이 생태계 조사를 함께 하며 생태계를 직접 경험하는 생물다양성 체험프로그램이다. '생물다양성 보물찾기'로 불리기도 한다.

국립생태원과 지역환경단체가 협력해 그동안 경기도 양평과 서울 청계천 등 여러 지역에서 에코다이브를 열었다. 지난 7월 23일 대전 월평공원에서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 두 번째 에코다이브가 열렸다. 첫회는 2015년 가을에 열려 100여 명이 참여했다.

국립생태원 오우석 박사는 기존 생태체험의 틀을 깨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은 특별한 공원이나 생태체험을 위해 인공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교육장에서 진행됐고, 만들어진 체험로를 따라 걸으며 전문가 설명을 듣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생태교육도 교실에서 대부분 책으로 진행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에코다이브는 전문가가 직접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을 찾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일정한 구역을 정하지 않고 생태를 체험합니다."

바이오블리츠가 산림 지역에서 열리는 것과 다르게, 에코다이브는 평소 산책하고 운동하고 걷는 공간에서, 날마다 보는 동네에서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생물을 채집하고 탐사한다. 일상 공간이 생태계의 부분이자 생물다양성이 숨 쉬는 자리임을 확인한다. "우리 동네가 '생물다양성 보물창고'라는 것을 깨닫는 겁니다. 나아가 환경보호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고, 생태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진로를 정하는 학생들도 많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생태계교란생물 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는 배스와 블루길, 돼지풀을 직접 보며 생태를 배울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한 현장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거래에 대한 국제법(CITES) 불법신고센터'를 알리고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밀렵도구도 전시했다.

▲ 에코티어링하는 모습. ⓒ최문섭

지도와 나침반으로 찾아가는 자연, 에코티어링

지도와 나침반이 앞에 놓여 있다. 탐험 도구는 도시생활자에게 무용지물. 하지만 지형을 읽고 길을 찾아가는 야외경기인 오리엔티어링에선 필수도구이다. 여기에 자연교육을 결합한 '에코티어링(Ecoteering)'이 새롭게 자연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안내한다.

오리엔티어링은 19세기 스웨덴 군장교 훈련을 위해 만들었는데, 청소년 교육에 접목하면서 널리 퍼졌다. 국내는 1971년 산악회를 통해 '독도법(讀圖法)'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에코티어링을 개발하고 보급한 최문섭 님은 암벽 등산을 하던 산악인이었다. 몸이 안 좋아져 산에 가지 못하자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그때 수평의 산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수직의 산만 보였거든요. 2000년 '숲해설가협회'가 만든 숲해설가 1기 양성과정을 지인이 강제로 수강료를 내는 탓에 교육을 받게 되었어요."

이때 숲을 다시 발견했다. 2001년부터 경기도 양평군 '중미산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가로 12년 활동했다. 중간에 국립수목원에서도 평일 숲해설을 맡기도 했다. 중미산에 있으면서 주변 사립천문대, 민물고기생태관과 함께 자연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2003년 전국오리엔티어링대회가 마침 중미산에서 열리면서 오리엔티어링의 재미를 알게 되고, 2006년 오리엔티어링 지도자 과정 1기를 밟았다. 마침 전국에 국립휴양림이 늘어나며 휴양림마다 특화프로그램을 요청받고 숲에서 하는 오리엔티어링을 제안해 2007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모르는 지역을 최대한 빨리 찾아가는 기록경기에 사람들은 재밌어 했다.

"숲해설가로서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지형을 빨리 찾아가는 기록만큼, 숲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접목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2010년 초등학교 대상으로 과제 3개를 둔 첫 에코티어링을 시범으로 진행했다. 그 뒤 유료 프로그램으로 바꿔 학생부터 기업과 단체 대상으로 에코티어링을 진행하며 발전시켜왔다.

2012년 중미산 숲해설가로 살아온 12년을 마무리했다. 대학생이 된 아이들과 함께 집을 서울로 옮긴 뒤, '에코샵홀씨' 양경모 대표와 오리엔티어링을 생태적으로 풀어보는 기획을 했다.

중미산에서 첫 에코티어링을 열어 숲해설가를 비롯해 환경 전문가 30명이 참여했다. 다들 에코티어링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고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홀씨자연학교' 교장이자, 1인 교사로 에코티어링 지도자 교육과정을 열고 있다.

에코티어링의 모든 뼈대는 오리엔티어링에서 가져왔다. 참가자는 차례대로 지도를 받아들고 출발한다. 지형을 읽으면서 표기한 목적지 콘트롤 순서대로 길을 찾아간다. 이동 수단에 따라 종류도 발, 산악자전거, 스키도 있다. 목적지를 '정확하게' 찾는 장애인 오리엔티어링도 있다.

오리엔티어링에서 지도는 가장 중요하다. 전문 '맵퍼(Mapper)'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도를 바탕으로 경기가 펼쳐질 지역을 오리엔티어링 지도로 만든다. 진짜 북쪽, 지도의 북쪽,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 북쪽이 조금씩 다른 것을 보완해야 한다.

오리엔티어링 지도에는 기호와 숫자, 다섯 가지 색과 농도에 따라 지형을 함축하지만 정확하게 알려주는 세계 공통 오리엔티어링 표시가 있다. 물과 관련한 곳은 파란색, 땅은 장애요소가 없는 지역은 흰색, 수풀이 우거져 사람이 통과하기 어려운 곳은 짙은 초록색이다. 출입금지나 통제구역, 주거밀집지역은 들어가지 않도록 미리 표시해놓는다.

목적지는 지도 곳곳에 삼각형으로 표시한다. 현장에는 참가자가 왔다갔음을 표시하는 '마커(Marker)'가 있다. 목적지마다 침모양이 달라 참가자들이 인식표에 찍으면 된다. 중간 중간 규칙 위반 감시 심판들도 서 있다. 참가자들은 수준에 따라 찾는 목적물도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남녀노소 참여할 수 있다.

ⓒ최문섭

최문섭 님은 오리엔티어링 지도 없이도 약식으로 현장을 고려해 진행할 수 있는 '에코티어링'을 고안해 냈다. 목적물 표시도 숫자가 있는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목적물은 표본이나 사진을 이용하는 식이다. 인식표는 과제문이 대신한다. 거기에 무궁무진한 자연은 에코티어링의 주제가 된다. 열매의 나무 맞추기, 생물 조각그림 맞추기, 애벌레와 성체 찾기 등 유아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수준별 코스와 과제문을 내는 프로그램을 짜면 된다.

지금까지 중미산, 서울숲, 남이섬, 월드컵평화의 공원에서 에코티어링을 진행했다. 에코티어링의 재미는 어디에 있을까?

"내가 모르는 지형을 지도와 나침반을 사용법을 배우고 찾아가는 거예요. 목적지가 나오면 성취감이 대단합니다. 또 반복해 찾으니 재미있는 거죠."

중미산 에코티어링에 우연히 부모와 대화가 없는 가족이 참가했다. 지도와 나침반을 주고 아이들 중심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보라 권했다. 길을 떠난 아이는 첫 목적물을 발견하며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찾았다!"

과제문을 읽고 답을 고민하다 아이와 부모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시 두 번째 목적물을 찾았다. 그때부터 아이가 흥분해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세 번째 목적지는 나침반을 거꾸로 적용해 도착해보니, 전혀 다른 장소였다. 그제야 부모가 말을 꺼낸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시작해보자."

그렇게 세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며칠 뒤 부모가 아이와 한 달간 충분한 대화거리가 생겨 행복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직장인 대상에서도 처음엔 "숲을 뛰어다녀야 한다"는 설명에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마치고나자 모두들 길을 찾아온 과정에 대한 무용담을 신나게 나누더라는 것이다. 숲해설가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지금까지는 설명하고 듣는 일방통행 경험이었어요. 에코티어링은 접해보지 못해 신선한 점도 있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배운 대로 해보니 모르는 지점을 자신이 찾아갔다는 것이 만족감을 줘요. 몸으로 움직이며 이동하고, 생각하며 이동하는 방식도 재밌어 합니다."

에코티어링은 스스로 하는 즐거움, 목적물을 발견하는 즐거움,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이 모두 있다. 무엇보다 내가 딛고 선 땅을 알아가는 과정이 매력 있다. 목적지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암벽 지역이냐, 식생 지역이냐, 지도를 펴고 나침반의 자침이 멈추는 곳. 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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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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