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오가 넘어 박희태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마을 초입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일부 조문객들은 "여기가 어데라고 발을 디딜라카노, 안된다"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조·중·동만은 쫒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일부 지지자들도 이날은 감정을 자제하는 듯 했으나 한나라당 지도부의 방문에 다시 격앙됐다.
▲ 노 전 대통령 조문길에 나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에 막혀 발이 묶여있다 ⓒ연합 |
경찰은 이미 오전 10시부터 병력을 동원해 봉하마을 입구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 등 일행은 12시 30분 경 봉하마을 입구에 도착했지만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 수 백명이 이들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생수병 등을 던지며 이들에게 "돌아가라"고 외쳤다. 경찰도 적극적으로 지지자들을 제지하지 못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결국 버스에 다시 올라타야 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윤승용 전 홍보수석 등이 한나라당 지도부를 보호해 맞이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문 전 비서실장은 박 대표에게 "돌아가신 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어서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말했고 박희태 대표는 "우리도 이해한다"며 "대신 문 실장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답했다.
결국 조문에 실패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북한의 핵 실험 소식이 전해 듣고 서울로 긴급히 올라가는 중이다. 장례대책위 한 관계자는 "조직화된 대중이 아니라서 우리도 감당이 안된다"고 연속 고개를 내저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같은 상황에 몰린 바 있다. 전날 빈소를 방문하려던 김 의장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스크럼에 밀려 경비대 CP로 피신, 1시간 여 동안 움직이지 못했지만, 결국 이날 새벽 5시에 '기습 조문'을 했다. 장례식 관계자는 "여기에서도 '날치기 직권상정' 식이긴 했지만 그런 것도 성의로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이날도 봉하 마을에는 지지자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휴일만큼은 아니었지만 봉하마을 입구, 본산공단까지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조문객들은 섭씨 30도 가까운 더위에도 불구하고 2Km 이상을 걸어 들어와 조의를 표했다.
장례위원회가 꾸려지고 준비체계가 갖춰진 탓에 이날은 한결 안정된 모습이었다. 조문객들에게는 자원 봉사자들이 마련한 쇠고기 국밥과 떡, 생수 등이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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