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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이기적 생존의 해결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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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 이기적 생존의 해결 열쇠

[생협평론] 우리는 '집단 어리석음'으로부터 안녕한가요?

분주하게 일을 하며 야근까지 불사하면서도 왜 실질적인 해결책을 얻지 못하는지, 결과는 왜 그렇게 '비효율적'인지, 나는 그 원인을 철저하게 따져보려 한다. 개인은 왜 평소의 훌륭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왜 모든 것이 그토록 복잡하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까? 고액 연봉을 받는 경영자는 왜 그저 그런 것을 짜맞추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까?(<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20쪽)

독일 빌레페트 대학 수학과 교수와 IBM 최고기술경영자(CFO)를 역임한 저자 군터 뒤크(Gunter Dueck)는 이 책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Schwarmdumm)>(김희상 옮김, 비즈페이퍼 펴냄)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똑똑했던 개인은 왜 집단 안에서 주체성과 도전의식을 잃고 근시안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개인으로 변질되는가? 과연 집단지성이 효율성을 높이고 현대 사회의 조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일까? 저자는 우리가 오히려 '집단 어리석음'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군터 뒤크 지음, 김희상 옮김, 비즈페이퍼 펴냄). ⓒ비즈페이퍼
이 책은 회사 조직, 학교, 정당, 사회 곳곳에서 집단 어리석음에 빠지는 원인을 여러 사례와 이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가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어 설명한 '레몬 시장 이론'을 제시한다.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중고차 판매상은 정보에 어두운 고객을 속여 품질보다 더 비싼 값에 중고차를 판다. 이러한 관행으로 구매자는 사고 이력이 있는 차량으로 밝혀질 위험에 대비한다며 차량의 가격을 깎으려 들고, 질 좋은 매물을 중개하던 양심적인 중개상들은 버티지 못하고 계속 시장을 떠나게 된다. 결국 구매자는 중고차의 품질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 그나마 버티던 차선의 중개상마저 영업을 중단하게 되고, 중고차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는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비단 중고차 시장에서만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경제학에서 말하는 '그레셤의 법칙'처럼 사회 분야별로 일어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을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도덕성과 역량을 기준으로 각 분야에서 성공을 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권모술수와 생존 본능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관리자가 전형적인 업무 처리만을 우선하여 혁신적인 의사결정이 희생되고, 조직의 유능한 개인을 위협적으로 느낀 상급자가 능력 없는 개인을 더욱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통계 연구가 '집단 어리석음' 화(化)하는 과정을 축구의 볼 점유율 사례로 설명하기도 한다.

연구논문 : 볼 점유율과 승리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성립한다 → 논리의 비약 : 언론기사 "볼 점유율이야말로 새로운 축구의 메가 성공 방식이다! → 확산 :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라고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고, 축구 중계 화면에는 볼 점유율이 표시된다.

그러나 실상은 경기를 잘하는 선수가 더 많은 볼을 점유해서 골을 얻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갈등, 노선투쟁, 통제, 품질 관리, 성과 압박 등으로 심신이 과로에 노출되어 심리적으로 자기조절능력이 소진되고 이타심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피곤에 지친 사람들일수록 타 집단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로랑 베그는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이세진 옮김, 부키 펴냄)를 통해 '도덕적 인간'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구성원이지만 '나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성실한 인격은 학업 성적과 직업적 성공에서부터 근무 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동 지표들과 관련이 있다. 또한 성실한 인격은 건강에 이로운 행동들과 관계가 있어서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지닌 사람들은 평균수명이 다소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성실한 인격의 소유자들은 부당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에 잘 저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뿐만 아니라 극단적 순응성과 경직성을 가진 노모패스도 문제다.

한나 아렌트도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말하면서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적·사회적 악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행위가 아무리 흉측할지라도 그 행위 주체는 괴물 같지도 악마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집단과의 동일시가 강력할수록 그 집단의 규범은 영향력이 있고 거기서 벗어나는 자들은 용서받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군터 뒤크는 이 책을 통해 과도한 경쟁으로 촉발되는 성과에 대한 압박과 그에 따른 부서 이기주의가 개인을 얼마나 번 아웃(burn out)하게 하는지,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공동 목표의 부재가 얼마나 개인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업무 효율은 높이고 비용은 줄이려 한 경영 혁신 기법이 얼마나 조직을 어리석음의 포로로 전락시키는지 등을 조목조목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 상담원의 상담시간 제한이 오히려 고객을 이탈하게 한 은행의 사례를 통해 지나치게 높은 업무 강도로 발생하는 업무 지연과 업무량 사이의 관련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러나 원인의 분석과 진단에 비해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안정적인 경제 호황이 다시 찾아와 오래 지속되는 것이리라. 그래야 서로가 여유를 갖고 너그러운 마음을 회복해 모두가 잘 살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조금은 추상적이고, 단순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衣食足而知禮節)'는 말처럼 최소한의 물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생존을 온통 개인소득에 의존해야 하는 사회이다. 사회나 국가 그리고 공동체가 부담을 들어주는 경험이 적다. 그래서 경쟁이 더욱더 치열하게 내면화되는 환경이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법인 변경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겪은 일이다. 상호 변경, 대표자 변경, 주주 변경, 이사 변경 등의 전반적인 변경사항이 발생하여 담당 업무 파트너와 협의하고 필요한 준비 서류를 요청했다. 이후 진행 과정에서 네 번의 서류 보완 요구가 있었다. 업무 내용 전체를 파악하고 필요한 절차와 서류를 정리한 후에 진행을 하지 않고, 사안별로 진행하면서 필요한 서류를 그때마다 요구한 결과다. 담당 업무 파트너가 업무 경력이 적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을 진행하는 방법은 자기중심적이었다. '구조문맹자'를 양산하는 교육을 해왔다고 지적하는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전체를 조망하는 역량을 키우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미안해야 하는 상황인지, 당당해야 하는 상황인지, 감사해야 하는 상황인지 등을 판단하지 못하는 담당 업무 파트너의 '관계문맹자' 같은 태도에 화가 났었다. 한 가지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자주 겪게 되는 일화를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는 사회의 구조를 말하고 보수주의자는 개인의 문제로 귀결한다는 말처럼, 모든 문제는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다. 사회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개인의 고유 영역 또한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의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이 없어 무시당한 경험을 공포처럼 여기고 있다. 돈이 있으면 무시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돈을 욕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이 없어도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면 된다."

현장에서 경영컨설팅을 통해 만나본 많은 경영자들은 물질적 보상을 해 줄 수 없는 여건 때문에 조직의 구성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만 한다. 하지만 실상 내부 구성원들은 조직에서 존중받고 소속감을 느끼며, 교육받고 성장하는 정신적 보상체계에 대한 갈증 또한 크다는 사실을 경영자들은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의 말처럼 "집단이 개인보다 어리석을 때도 있지만 정치행위의 정점인 투표 결과를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평균적인 하한선은 결코 내려가지 않은 형태를 보여준다". 개인주의가 극단화된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성 회복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공동체(집단)가 선하다는 주장도, 반대로 집단(공동체)이 개인보다 어리석다고 단정 짓는 논리도 위험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본문 280쪽에서 언급된 '제인'이라는 여성에 대한 내용이다. 성공한 프로젝트 20개를 엄선해 모든 수치를 비교했다. 최고를 만든 것은 돈일까, 혹은 책임자의 능력일까? 하지만 데이터에서는 그 어떤 법칙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사소한 공통요인조차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묘한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모든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제인'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참여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맡은 역할은 무엇인지 알아낼 수는 없었다. 데이터에 기록될 만큼 중요한 역할은 아니었던 것은 분명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와 관리자는 그녀를 알지 못했다. 직원 한 명이 대답했다.

"아, 제인! 알아요. 이곳에 자주 왔었죠. 그런데 그녀가 있으면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조직에서의 평가는 역할과 스킬 중심으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눈에 보이지 않거나, 돈으로 환산하기 쉽지 않은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물음을 던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천사의 요소와 악마의 본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좋은 정치, 바른 경영, 바람직한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마성이 억제되고 천사의 요소가 발현되는 상황을 만들고 그것을 관리하는 행위이다. 이타적인 행위가 이기적인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제 삶 속에서 경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협동조합의 참여와 활동은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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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생협평론>은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펴내는, 협동조합을 다루는 본격적인 전문잡지로서 협동경제·나눔·평화에 대한 의견들이 교환되는 공간입니다. 정보지이자 실천적 교육서로서 협동조합 활동가뿐 아니라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협동조합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이슈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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