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사실상 '정책위의장 경선'으로 변질되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카드 무산에 대한 '대체재'로 러닝메이트인 '친박계 정책위의장' 후보 최경환 의원의 몸값이 뛴 것.
최 의원의 가세로 황우여 의원이 사실상 친박계 표와 친이계 온건파 표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거 결과 예측도 어렵게 됐다. '원내 전략'이나 '정책'보다 '계파 갈등'에 대한 위기감이 계파를 막론하고 확산되며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황우여 의원은 18일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최경환 의원이 자신의 러닝메이트임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경선을 준비하는 데 80%를 정책위의장 모시려고 노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최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훌륭한 일을 했고, 그 이후 계파를 초월해 MB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측 종합상황실장이었던 최 의원을 추켜세웠다. 당내 계파 화합의 적임자라는 것.
일단 최 의원의 정책위의장 출마에 대한 친박계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친이 성향의 안상수, 정의화 의원과 '강재섭계'로 분류되는 중립성향의 황우여 의원의 '3파전'구도에서 원내 지도부에 친박계 의원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친박계가 원내 지도부에 들어가는 것은 좋은 징후"라고 말했다. 그는 황 의원과 최 의원의 조합과 관련해 "'김무성 카드'를 제시한 친이계 일부 의원들을 의식한 전략적 선택의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음모론'까지 제기…'진흙탕 경선' 되나?
이같은 상황 속에서 경선이 자칫 '진흙탕'속으로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안상수, 정의화 의원의 구애를 뿌리쳤던 최 의원이 황 의원과 손을 잡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안상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두 달 동안 계속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최경환 의원이 갑자기 출마한다면 보이지 않는 큰 손의 개입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그렇게 보이는 여러가지 징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득 의원이 실제로 최 의원과 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러닝메이트 출마 독촉을 했다는 것. 이와 함께 사실상 박근혜 의원의 재가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의화 캠프 관계자도 "실제로 최 의원이 갑자기 말을 바꾼 정황이 있다. 여러 의혹이 제기된 만큼 당혹스럽다. 원내대표 선거가 정책위의장 선거로 변질된 것인데 이는 '꼬리가 개를 흔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잘랐다. 그는 특히 "박 전 대표는 당에서 당헌 당규에 따라 진행되는 경선 절차에 '특정인이 참여를 해라, 하지 마라'고 말할 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친박계도 한 의원도 "박 전 대표는 원칙에 입각한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어떤 말도 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방문중인 이상득 의원도 측근을 통해 "전화 한 통 한 것가지고 어떻게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의 지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느냐"며 "원내대표 경선에 관해선 관여하지도 않고 개입하지도 않는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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