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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대 기업 중 9곳만 핵심 금융정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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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대 기업 중 9곳만 핵심 금융정보 공개

산업은행 투명성 꼴찌, 삼성물산 등 지주회사도 후순위

한국 기업의 투명성은 높으면서 낮다. 강제 공개 항목에 대해선 글로벌 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반면, 자율 공개 항목은 최악이다.

투명성 점수 총점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국전력공사였다. 포스코와 LG디스플레이가 뒤를 이었다. 투명성이 가장 나쁜 곳은 KDB산업은행으로 조사됐다. 효성과 현대자동차가 그 다음으로 나빴다. 산업 구조 조정 국면에서 자본 확충 논의가 진행 중인 KDB산업은행의 투명성이 꼴찌를 기록한 건 뼈 아픈 대목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가 26일 내놓은 <한국의 50대 기업 투명성 조사 결과>에 담긴 내용이다. 예컨대 정부가 나서서 정보 공개를 강제하고 있는 '조직 투명성' 부문은 최상위 수준이다. 하지만 '반부패' 및 '금융정보 공개' 등 자율 공개 항목은 투명성이 매우 낮다.

이번 조사에서 매출액 기준 국내 50대 기업의 정보 공개 투명성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4.2점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투명성기구는 "2014년 <포천>이 선정한 124개 다국적 기업의 평균(3.8점)과 국제투명성기구가 선정한 신흥개발도상국 100대 기업의 평균(3.6점)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공개 투명성이 이처럼 높게 나온 이유는 조직 투명성(지분 소유 구조의 공개 정도) 부문에서 얻은 고득점 때문이다. 6.9점을 얻었는데, 이는 글로벌 기업 평균치인 3.9점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이는 기업 공시 제도를 정부가 강제한 덕분이라는 게 한국투명성기구의 설명이다. 아울러 재벌 체제의 특징도 있다. 재벌 총수 입장에선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의 명단을 공개하는 게 영향력 유지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부패 프로그램 영역에서 국내 50대 기업이 얻은 점수는 평균 5.6점이다. 이는 개발도상국 기업 평균치인 4.6점보다는 높지만, 글로벌 기업 평균치인 7.0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최고경영자의 반부패 의지 천명, 정치기부금 금지 등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 항목에 대해선 정보 공개를 강제하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정보 제공 영역에서 국내 50대 기업이 얻은 점수는 최악이었다. 0.14점을 기록했다. 자본 조달 방식 등 핵심적인 금융정보를 숨긴다는 건, 기업 부실 징후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어렵게 한다. 이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투자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다. 조사 대상 기업 50곳 가운데 9곳만 핵심 금융정보를 공개했다. 나머지 기업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투명성기구는 '매우 좋음'부터 '매우 나쁨'까지 5단계로 조사 대상 기업을 분류했다. '매우 좋음'에 속한 기업은 없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투명성 점수(6.7점)를 받은 한국전력공사가 '좋음'에 속한 유일한 경우였다. 투명성 점수 꼴찌(50위)를 기록한 KDB산업은행의 점수는 2.3점이었다. 공동 49위인 효성과 현대자동차는 각각 2.5점을 얻었다.

흥미로운 건, 지주회사들이 대체로 투명성 순위가 낮다는 점이다.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은 3.6점으로 39위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35위), 농협금융지주(37위), KB금융지주(40위) 등도 순위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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