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김무성 카드 무산 이후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 진영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쇄신특위를 맡게 된 원희룡 의원도 "다 열어놓고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장'으로 내정된 원 의원은 11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기 전당대회를 포함해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내부 의견 수렴에 그치며 입을 다물고 있던 당내 주류인 친이재오계 모임 '함께 내일로'도 "조기 전당대회"를 강조하며 이재오 전 의원 등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속내는 제각각이지만 조기전대 깃발에 친이재오계도 합류하면서 10월 재보선 이전에 판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몽준 최고위원이나 주류 진영은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현재로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초장에 김이 빠질 경우 조기전대론이 오히려 좌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원희룡 "조기전대 포함 '백지상태'에서 논의할 것"
이날 원 의원은 "당내 어려운 상황을 기술적인 어떤 아이디어나 주장으로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정, 의회 등 모든 문제를 가감 없이 진단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모든 것을 제도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운영의 문제가 있고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도 있다"며 "이 역시 백지 상태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체적 수준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민본 21이나 '원조소장파'의 이야기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상득 의원의 '상왕정치' 논란과 관련해선 "당정간에, 당청간에, 당 운영에, 그리고 공천 등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문제'로 인정해야 하고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날 것을 시사한 원 의원은 "(내가) 당에 쓴 소리를 해왔던 진정성에 입각해 박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많은 의원들의 (쇄신 논의)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인사도 만나는 등) 제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은 "쇄신특위는 15명 내외에서 구성되며 원외 인사도 약간 명 들어갈 것"이라며 "늦어도 정기국회 이전, 빠르면 7월 중까지 활동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쇄신특위 인적구성은 오는 14일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철 "이상득 이재오도 전면 참여해야"
이날 범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심재철 공동대표는 박 전 대표, 이상득 의원, 현 지도부 등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태도는 '어떻게 되겠지' 라는 현상 유지 의도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며 "전당대회는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 의원의 이 발언은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 부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표도 (조기전대가 열리면)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관련해 "당의 운영과 관련해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2선으로 물러나지 말고 직접적으로 (조기전대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부도 쇄신 대상"이라며 "쇄신위에 전면적인 권한을 부여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지도부 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함께 내일로'는 쇄신위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이번 공천, 선거 패배에 대해 책임 지는 사람이 없고 책임을 물으려는 사람도 없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상필벌(信賞必罰)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올바른 당의 화합 방안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함께 내일로'의 이같은 의견 정리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친박계를 당 운영에 끌어들여 책임을 분산하는 동시에, 위기국면을 틈타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 정치복귀를 병행하겠다는 속내로 보이지만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외려 계파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에서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도 이 전 의원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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