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이라는 분들이 당의 발목을 잡은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9일(현지시각)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생각해보자, '친박 때문에 당이 안되고 있다' '친박 때문에 선거에 떨어졌다는'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떤 공천이든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에 따라서 해야 하지,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공당이 아니다"고 말했다.
4.29 경주 재보선의 경우에도 정종복 전 사무부총장을 공천한게 문제였다는 이야기다.
그는 "제가 당 대표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었다. 항상 있는 거 아니냐"며 "이걸 가지고 화합과 갈등이 어떻고, 새삼스럽게 자꾸 갈등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에 이야기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본21 등이 제기하고 있는 당 쇄신안에 대해 "쇄신책의 내용을 보니까 공천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당헌당규 정신에 맞게 잘해야 한다는 것, 원내 상임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것, 원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것이) 새삼스럽게 쇄신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게 지금 안지켜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엔 조금 다른 것 같다"던 김무성, 결국 터키 행
한편 주류 진영과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완전히 소멸됐다. 김 의원은 이날 국방위원 자격으로 터키로 떠난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간 조찬회동에서 원내대표 카드가 나온 지난 6일 김 의원은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지금의 정국은 과거처럼 친이계 쪽에서 자리를 매개로 설을 흘리다가 거두어 버리는 트릭을 쓸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일보>는 이 인터뷰를 9일에야 보도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하고 나서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진정성 여부를 따지면 끝도 없다. 이제는 당에 들어가서 일을 만들어야 할 때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친박 의원들의 중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 나는 정치를 하면서 순리를 따라왔다"고 답했다.
김 의원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두 번 씩이나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그는 결국 터키로 떠나게 된 것.
김 의원은 '친박 좌장이라는 명칭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대해선 "좌장이란 명예로운 것인데 내게는 멍에다"면서 "박 전 대표의 모든 일에 대해 나에게 질문과 책임이 돌아온다. 운신에 제약이 많이 따른다"고 답했다.
최근 원내대표 문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어쨌든 청와대와 당 주류가 잇단 유화 제스춰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부정적 반응으로 일관함에 따라 한나라당의 갈등 국면은 조기 진화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이 진영에서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이런 식이면 우리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반발고 점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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