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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와 직원의 월급이 같은 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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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와 직원의 월급이 같은 이 회사

[살림 이야기] 살림나르미협동조합

자본금 50만 원으로 사업체를 차리는 게 가능할까? 혼자는 어려워도 여러 명이 모이면 가능하다. 8명이 50만 원씩 출자금을 모아 살림나르미협동조합을 꾸렸다. 이들은 한살림서울생활협동조합(한살림서울생협) 북동·북부지부 물품공급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특히 운영하기 어렵다는 바로 그 직원협동조합이다.

자활공동체에서 직원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참으로 힘듭니다. 한살림서울생협과 우리 협동조합이 연대했기에 시작한 일이지요."

살림나르미협동조합(살림나르미) 설립 이전부터 한살림서울생협 공급 업무에 참여해 왔던 이일용 이사장은 직원협동조합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무엇보다 '일'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 살림나르미 조합원들이 공급을 나가기 전에 한자리에 모였다. ⓒ살림이야기(우미숙)

한살림서울생협과 살림나르미의 인연은 2012년 5월 즈음 시작되었다. 한살림서울생협이 내부 실무자 중심으로 운영했던 공급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기로 방향을 모색하면서 강북지역자활센터와 함께 공급위탁사업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강북자활센터 소속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위주로 2인 1조가 되어 한살림서울생협 북동지부에서 시범적으로 공급 업무를 시작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8월부터 한살림서울생협과 강북지역자활센터는 공급 업무 협약을 맺었다. 또 강북지역자활센터에 소속해 한살림공급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살림나르미공동체'라는 모임을 꾸렸다. 공동체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외에 일반인도 포함됐다. 자활기업이라고 해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30% 외에 일반인을 채용할 수 있다.

살림나르미공동체는 2013년 상반기에는 4명이 북동지부(광진·동대문·성동·성북·중랑구, 구리시)에서 공급을 담당했고, 7월부터는 한살림서울생협 북부지부(강북·노원·도봉구, 남양주·의정부시)에까지 확장해 8명으로 늘어났다. 한살림서울생협은 살림나르미와 직접 협업 관계를 맺고 일을 진행하고 싶었고 그에 걸맞은 형태가 협동조합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에 살림나르미공동체는 한살림서울생협과 함께 협동조합 학습을 진행하면서 직원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했다.

2014년 12월 13일 살림나르미협동조합을 창립했고 2015년 2월 1일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8명으로 시작한 살림나르미는 2016년 3월 현재 11명으로 늘었다. 3명은 입사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아직 조합원이 아닌 직원이다. 이사회는 모두 6명이고 한살림서울생협과 강북지역자활센터가 이사회에 참여한다.

한 달 한 번 전체 회의, 통장 1원까지 공개

살림나르미는 '일자리 안정'에 집중한다. 스페인 몬드라곤노동자협동조합의 지향도 '해고 없는 기업이 만든 세상'일 정도로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직원협동조합이 가장 우선하는 목적이다.

이외에 살림나르미가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이 있다. 11명 모두 똑같은 급여를 받는 것. 근속수당의 차이가 있지만 공급하는 집 수가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대표나 이사나 어떤 직함에 상관없이 똑같이 받는다. 협동조합이라고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결권과 투표권을 각각 하나씩 주는 것과 급여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림나르미 조합원은 그렇게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 지난해 7월 조합원들이 모여 협동조합에 관해 강의를 듣고 공부했다. ⓒ살림이야기(우미숙)

투명 경영도 살림나르미의 주요 운영 원칙이다.

"매달 조합원 회의 때 결산하면서 통장 1원까지 맞춘 자료를 공개합니다. 급여는 물론 수입·지출 비용 등 조합원이 협동조합 운영과 관련하여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협동조합 운영에 경험을 쌓아온 안준학 이사는 매달 결산 자료를 만드느라 힘이 들긴 하지만 그 일을 마다치 않는 것은 "이것에서부터 상호 신뢰를 쌓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려고 애쓰지만 조합원 전체가 매달 모여 회의를 하다 보면 시시콜콜 형평성에 어긋난 사례들이 언급되고 그에 관한 언쟁이 벌어진다. 협동조합이라고 하여 모든 것이 똑같아야 하는 법은 없다. 단 조합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어 공통 원칙으로 삼는 과정이 필요하다. 형평성이나 공정성이 다른 기업이나 세상의 잣대가 아닌 해당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잣대를 만들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절차도 많고 거쳐야 하는 단계도 많아 답답하지요. 조합원들 의견이 항상 일치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의견 조율하는 게 쉽지 않지요."

매번 회의를 이끌어야 하는 이일용 이사장의 한숨어린 탄식이 공감된다.

이 모든 게 협동조합을 하는 훈련이다. 역사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이 이어져 온 힘은 자주 만나 토론하고 공부한 데 있었다. 굳이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를 지식적으로 알아갈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 하고 매번 물어보고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조합원 개개인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게 의견을 모으고 힘을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살림나르미는 한살림서울생협의 하청·수탁 사업체로서 종속된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일하는 사람도 회사의 주인으로 책임을 지는 존재로 일하고자 했다.

"한살림서울생협의 모든 공급 업무를 살림나르미가 담당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립하고 1년을 보낸 살림나르미는 안정을 찾았다. 지금보다 규모를 키워도 거뜬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살림나르미는 아직은 협동조합으로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 직원들이 협동조합을 이해하는 데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매월 열리는 조합원 전체 회의에서 의견 조율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 업무상 연월차 휴가가 없어 고된 노동조건이 해소되지 않은 점도 숙제 중 하나다. 지금은 살림나르미에 이만큼 근력이 붙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앞으로 생각과 사업 모두 넓혀나갈 일만 남았다.

▲ 한살림서울생협 조합원들 집에 공급을 나가기 위해 물품을 옮겨 담고 있는 살림나르미 조합원의 모습. ⓒ살림이야기(우미숙)

"갑을 계약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살림서울생협과 살림나르미의 연대

살림나르미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에 대해 강조했다. 한살림서울생협과 협동해 협동조합을 운영해 가고 있다고 했다. 살림나르미의 파트너인 또 다른 협동조합인 한살림서울생협에게 협동조합의 연대에 대해 물었다. 한살림서울생협의 공급사업부 황세진 부서장이 대답했다.

- 한살림서울생협에서 살림나르미뿐 아니라 사회적기업이나 개별사업자 조직에게 공급 사업을 위탁하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역사회 조직과 연대하는 의미가 강하다. 무엇보다 한살림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한살림서울생협의 비용 절감도 무시할 수 없다. 공급 업무를 내부 체계에서 하고 있지만 점차 지역사회에 이관하거나 위탁하려고 한다. 단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 이미 협동조합인 곳과 협약을 맺거나, 단체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도록 촉구한다.

- 살림나르미와 맺은 협약 내용은 무엇인가?

월 공급 비용은 1인당 40세대를 기준으로 한 기본급과 휴대폰 보조금, 근속수당을 포함한다. 살림나르미는 매월 공급 사업비를 받아 급여와 유류대, 운영비, 차량 임대료를 해결한다. 한살림서울생협은 공급 사업을 살림나르미에 이관하였으며, 공급 업무 관리 감독과 의사 결정, 채용 등은 살림나르미가 관장한다.

- 협동조합 간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견이나 하청에 의한 갑을 계약 관계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한살림을 이해해야 하고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에 교육을 지원할 것이다. 업무에 대한 자기 책임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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