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4월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대표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경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데, 내가 정치 판에 모든 것을 빼앗겨서야 되겠느냐"며 "여유 있는 생각으로 경제살리기에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이번 재보선은 총 지휘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 대표의 불출마로 한나라당 재보선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재보선은 재보선일 뿐이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지난 주 휴가 중에 이같은 결심을 굳혔다고 밝히며 "(대표의 출마 여부는) 당 전체의 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개인의 결정이기 때문에 독단으로 (결정) 했다. 대변인도 내가 출마선언하는 줄 알고 왔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출마를 하면 한다고 해야지 출마 안하는 사람이 안 한다고 (기자회견을) 할 이유 있느냐"며 "망설였지만 빛쟁이 쪼달리듯이 쪼달리다 못해 여기 나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만 10월 재보선과 관련해 "재보선 있을 지 없을지는 하늘만이 안다"며 "그런 것을 가지고 지금부터 국민앞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을 차출설이 나돌던 김덕룡 전 의원도 이날 "생각해 본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18대 국회 진출이 좌절돼서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도 아닌데 내가 나설 입장이 아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거물급 중진들의 재보선 출마가 사실상 없던 일이 된 데에는 '조용한 재보선'으로 임하고자 하는 여권의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칫 중진들의 출마에도 불구하고 패할 경우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성격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경주에서 정종복 전 의원의 공천이 유력한 마당에 지난해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중진들까지 대거 공천할 경우 '패자부활전'이라는 외부의 비판은 물론이고 친이-친박계의 계파갈등으로도 번질 소지가 있다. 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이같은 전략적 교감 하에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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