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재보선 전략으로 '마이크로 타기팅'을 내세웠다. 이는 야권이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 중간 심판론'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벤치마킹" vs "오바마 전략은 그게 아닌데"
한나라당 안경률 사무총장은 10일 오전 SBS 라디오 '이승열의 전망대'에 출연해 "이번 선거 전략과 관련해 크게 참고하고 있는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용했다는 마이크로 타기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안 총장은 "미세한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들에게 맞춤 공약을 개발해 평가받고 선택받는 마이크로 타기팅 전략을 수립해 선거에 임할까 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인천 부평을에는 GM대우차 회생전략, 경북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원 이전 문제 대안 등을 내세우겠다는 것.
안 사무총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 정치 전문가로 최근 저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보수주의 위기의 뿌리 - 민주공화국의 실패와 '부자 민중선동가'의 등장>에서 한미 정치를 자세히 비교 분석한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안 사무총장이 좀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집권 여당 입장에서 중간 평가적 성격인 재보선에선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면서 마이크로 타기팅으로 접근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오바마는 정반대 입장에서 성공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 타기팅은 1990년대 미국 정치를 풍미한 전략이다"면서 "민주당 클린턴의 재선 캠페인은 물론이고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 후보 시절 벤치마킹했던, 이념공세 차원으로 잘못 알려져있지만, 공화당 지도자 뉴트 깅그리치의 '미국과의 계약' 등이 그 백미가 되겠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사실 미국에서도 마이크로 타기팅의 강점을 갖고 있는 곳은 대기업과 더 가까운 공화당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교수는 "중산층 사회로 들어선 미국에서 거대한 비전은 필요없다는 것이 1990년대 미국 정치 트렌드였는데 그것은 완전히 뒤집은 것이 오바마였다"면서 "재보선엔 마이크로타기팅이 먹힐 부분도 있지만 비전 제시가 더 필요한 시점 아니냐"고 말했다.
"박희태 출마 건의에 대해 논의 중"
한편 이날 안 사무총장은 박희태 대표의 재보선 출마에 대해 "당이 이번 선거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데, 필요하다면 당원들의 뜻을 모아 대표에게 출마를 건의해 보는 게 어떠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에 좀 더 안전한 경남 양산 쪽에 출마한다'는 최근 기류와 상반되는 이야기인 것. 그는 "박 대표가 당 대표인 만큼 당원들의 뜻이 모아진다면 좀 힘들더라도 출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표의 재보선 출마 예상 지역에 대해선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상대방이 어떤 공천을 하느냐 등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에선 박 대표의 출마 후보지역으로 인천 부평을 뿐만 아니라 울산 북구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또 갈등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당협위원장 문제에 대해선 "원외 당협위원장과 원내 의원들 사이에 합의하고 공존할 수 있는 틀을 정부 내에서 만들어가고 기회를 제공, 공생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 역시 전날 '원외 당협위원장의 정부 및 공공기관 기용'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안 사무총장은 "일괄 적용될 원칙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그런 원칙이 적용될 수도 있고, 특수한 경우는 안 될 수도 있을 것"고 말했다. 어쨌든 "낙하산으로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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