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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인수위, 바람 잘 날 없네

보안엔 구멍, 정책엔 혼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좌충우돌하고 있다.

국정원이 인수위에 보고한 문건이 고스란히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각 정책방향과 관련해선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상이한 입장이 돌출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정원 문건유출, 필연적 보안사고

대선 전날인 12월18일 평양을 방문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이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된 이른바 '문건유출 파문'은 그 대표적 사례다.

이 문건이 지난 10일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되자 인수위는 발칵 뒤집어졌다. 부랴부랴 국정원에 보안조사를 공식 요청하는 한편 자체조사에도 나섰지만 이미 '사고'는 벌어진 뒤였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11일 오전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국가기밀이 인수위의 이름으로 (신문에) 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면서 "이는 단순히 인수위의 신뢰뿐 아니라 새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사진공동취재단

일단 국정원의 보안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이 대변인은 "관계자들에 대한 통화기록 조회 및 대면조사 관계로 조사 결과는 며칠 더 걸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유출경로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위 측은 사실상 국정원을 그 배후로 지목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차 자체조사 결과 인수위 내부에서 문제의 문건을 접한 것은 단 3명이었고, 그 중 2명은 국정원의 파견직원이었다"면서 "만에 하나 국정원 측에서 이 문건을 유출시킨 게 사실이라면 이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가의 정보기관으로서 책무를 저버린 범법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내부유출의 가능성은 적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수위 측은 인수위와 국정원 외 다른 기관을 통한 유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번 국정원 문서유출 사건의 책임소재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긴 하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인수위와 국정원이 '보안사고'에 나란히 연루됐다는 점에서 인수위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인수위에서 벌어진 보안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인수위의 개편 초안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된 뒤 불과 20분 만에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일이 벌어졌던 것.

격노한 이 당선인은 측근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나도 보고받지 못한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황당해 했다.

반복되는 정책혼선…'사공'이 너무 많다

인수위가 노출한 더 큰 문제는 정책혼선이다. 한국은행과의 관계설정 문제, 대외정책, 각종 민생정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엇박자가 터져 나온다.

인수위 경제1분과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10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한국은행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금통위원 구성에서 한은의 추천 몫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이기는 했지만 이는 최근 인수위가 "한국은행도 정부기구"라며 한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시키려는 기류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파문은 금새 번졌다. "과거의 관치경제 시대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냐"는 혐의는 더욱 짙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11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자꾸 한국은행을 보고 정부를 따라오라는 식의 자세는 적절치 않다"면서 "물가안정을 위해서라도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인수위 경제1분과는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위는 중앙은행 제도의 개편을 전혀 검토한 바 없으며, 이번에 추진되는 정부조직 개편 대상도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대북정책에서도 혼선이 잦다. 지난 2일 인수위 자문위원인 남성욱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맞춰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이경숙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견을 인수위 의견인 양 발언하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를 받아야 했다.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전환시기를 재협상할 수 있다는 인수위의 입장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보이자 이동관 대변인은 "재협상까지는 아니고, 시기문제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 간 관계악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대북문제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작통권 재협상 문제에 대해서도 인수위는 일관성을 상실한 셈이다.

유류세와 휴대전화 요금을 정부 출범 전이라도 내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가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도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5년 내내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싸잡아 '실력 없는 아마추어 집단'이라고 비난해 왔던 한나라당이다. 이명박 당선인도 "일하는 지도자, 실력 있는 지도자"로 자신을 이미지 메이킹 해왔다.

그러나 출범 보름 만에 기대에 어긋나는 문제점들을 잇달아 노출하고 있는 이명박 인수위 역시 실력을 갖춘 '프로' 대접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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