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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경준 '더블 쓰나미'의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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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경준 '더블 쓰나미'의 합작품

이명박 당선의 '敵陣 공신', 그리고 '최악의 선택'

2007년의 선택은 결국 이명박이었다. 가는 곳마다 구설을 낳았고 심각한 도덕성 논란으로 조만간 특검의 심판대에 서야 할 처지임에도 그는 끝내 국가지도자로 선택됐다.

한나라당 내부 인사들은 "이명박이 아닌 다른 후보였다면 열 번이라도 무너졌을 것"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듣기에 따라 강인한 '권력의지의 소유자'로도, 중대한 '결격사유 보유자'로도 해석되는 모순적 평가다.

어쨌든 '열 번이라도 무너졌을' 험로를 끝내 돌파해 냈으니 그의 내구력은 입증이 됐다. 그러나 모순의 다른 측면, 즉 조만간 피의자 신분에 처할 그를 청와대로 보낸 힘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유일한 상대는 노무현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은 적진에 있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단단함이 확인된 '정권교체 프레임'은 망치로도 깨지지 않는 이번 대선의 견고한 기축이었다. '노무현이냐 아니냐'가 민심의 기준이었다는 얘기다.
▲ (왼쪽부터)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 그리고 김경준 씨. ⓒ뉴시스

박형준 대변인은 선거전 막판 "지난시기에 대한 평가와 직결되는 회고투표 성향에서 승부가 났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정권 연장을 바라는 국민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현정권과 여당을 국정실패 세력으로 보는 국민의 시각이 무서우리만큼 단호하다"고 진단했다.

그의 진단이 빈 말은 아니었다. 지난달 말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7.6%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안 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정권교체'를 넘어 '정권심판'에 대한 기대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치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로이터 통신은 17일 서울발로 "보수층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쟁자인 보수정당이 대선후보로 개를 내보내더라도 당선될 것"이라는, 한국정치에 대해 대단히 모독적인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연초부터 줄기차게 유독 이명박 후보를 할퀴었다. 그 때마다 이 후보 진영은 "나쁠 것 없지 않느냐"는 여유를 보였고, 범여권 쪽에선 "노무현과 이명박만 둥둥 떠다니는 선거"라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반노 정서와 이명박 대세론의 상승적 상관관계가 끝내 "부패가 무능보다 낫다"는 '최악의 선택'을 강요한 것이다.

김경준의 역설

이명박 당선의 두 번째 공신도 적진에 있었다. 대선 레이스의 마지막 1개월을 휘몰아친 '김경준 파동'이다. 지난달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BBK 핵폭탄'이 웃음 띤 얼굴로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한 방'에 대한 기대가 대선판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대선 최대 뇌관으로 꼽힌 BBK 사건의 1차 폭발은 이회창의 독자출마, 즉 '보수의 분열'을 촉발하며 가공할 위력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이후 대선정국은 급속하게 'BBK 블랙홀'로 빨려들었다. 경제, 평화 등 어떠한 다른 의제도 설 자리를 잃었다. 오로지 중구난방식 BBK 의혹 들추기에 반(反)이명박 진영이 사활을 걸도록 했다. 이때부터 이명박 외의 후보들이 대선판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만한 기회는 차단됐다. 서서히 BBK가 이명박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게도 '덫'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후보에게 화끈하게 면죄부를 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역전, "게임은 끝났다"는 허탈함이 지배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인 조해진 특보는 "검찰이 만일 경선 당시의 도곡동 땅 수사처럼 '제3자의 것처럼 보인다'는 등 애매한 발표를 했다면 5%에서 10% 정도의 지지율 조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일을 불과 3일 앞두고 소위 '광운대 동영상' 사건이 터졌지만, 이명박 진영은 '이명박 특검 수용'이라는 손쉬운 대처로 고비를 넘겼다. 이렇게 '양날의 칼'이었던 'BBK 파동'은 이 당선자에게 '±0', '방어전의 성공'으로 일단 귀결됐다. 하지만 'BBK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이제부터 돌아가기 시작한 셈. 2차전도 이명박 당선자의 판정승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세뇌에 가까운 성장담론 반복학습
▲ 지난 한나라당 경선 당시의 이명박 당선자.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 같은 환상을 자극하며 경제 프레임 구축에 성공한 정책 메시지도 '이명박 이데올로기'로서 위력을 발휘했다. '경제'라는 키워드는 이명박 당선자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부각된 지난해 말부터 선거운동의 모든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만은 반드시 살리겠다", "대한민국을 위해 꼭 일해보고 싶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 "신(新)성장동력 창출로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각종 친기업, 성장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그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이명박이 되면 왜 안 되는가"에 집중했던 상대방과 달리 "왜 이명박이 돼야만 하는가"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는 얘기다. 유권자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라는 말에 앞서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약속에 먼저 눈을 돌렸다.

정치컨설팅 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좌고우면했던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후보는 상대적으로 중산층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 메시지를 꾸준히 던져 왔다"면서 "이런 점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믿게 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사실상의 결승전이던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전 대표가 크고 작은 불화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명박 후보에게 힘을 보태준 점도 이 당선자의 청와대 입성에 디딤돌이 됐다. 협조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논외로 하더라도 '보수 분열'의 국면에서 자신을 구한 박 전 대표에게 선거 마지막 날 이 후보는 '감사의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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