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8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직권상정하고 문을 걸어잠궈 국회 폭력 사태를 유발한 데 대해 6일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억지춘향'식 유감표명에는 박 위원장 본인도 야당도 마뜩치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근 한달 보름여 만에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금번 외통위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 심려를 끼친데 대해 상임위장으로써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출입 통제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상임위 운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통위 차원의 유감표명은 지난달 6일 '입법 전쟁'을 마무리하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외통위 사태 대국민 사과' 차원에서 행한 것이지만 유감을 표하는 박 위원장의 표정에는 불쾌함이 서려있었다.
박 위원장은 다만 "(한미FTA 비준동의안 직권상정이)국익을 위해 필요하고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당론으로 추진하던 한미FTA 비준안을 박진 위원장이 이른바 '총대를 메고'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직권상정한 것을 두고 지도부가 태도를 바꿔 '사과'를 사실상 종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유선진당은 "미흡하다"며 즉각 반발했고, 민주당 역시 "왜 그때 무리하게 상정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위원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사과할 걸 왜 무리해서 상정했나?"
선진과 창조의 모임 간사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회의가 개최되자 마자 모두에서 한 박진 위원장의 발언은 사과로 받아들이기 미흡하고 재발 방지 약속도 없었다"며 박 위원장의 사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선진당 차원의 사과도 거부했다.
박 의원은 "개인적으로 박진 위원장을 존경하지만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박진 위원장은 자진 사퇴하고 한나라당 황진하 간사도 동반 사퇴 하라"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는 정치 후진국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측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 경위야 어떻게 됐든 불미스런 사태에 대해 국회의원 문학진은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그런 폭력을 불러온 한나라당 의원끼리 (상정)했던 그 행위 자체가 제가 보기에는 더 큰 폭력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국회의원의 권리가 원천봉쇄 당하고 침해 당하는 상황에서 팔짱끼고 지켜보고만 있는다면 국회의원으로써 기본 자세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원은 "지금 이시점에서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단독으로 날치기했어야 했느냐"며 "힐러리 국무장관이 청문회에서 한미FTA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뻔이 보이는 마당에 왜 물의를 빚으며 무리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위원장에게 "위원장직 퇴진"을 주장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우리는 잘못한 게 없는데 상임위 차원으로 사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참했다.
회의 분위기도 냉랭했다. 박선영 의원이 "외통위는 대통령의 형님도 앉아 계시고 각 당 최고위원도 계시는 품위 있는 곳"이라고 발언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다"고 말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려다 다시 돌아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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