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퇴진을 요구받은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5일 자신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성희롱 등을 저질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음해"라며 "배후에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향이 정 예술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됐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 삼자대면 등으로 모든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지난 2일 배포한 호소문에서 박 대표가 지난해 2월 1일 취임 이후 직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짓밟고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인의 자녀나 제자를 채용하거나 무분별하게 인사 규정을 개정하는 등 인사 전횡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다. 장기라도 팔아야지",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술집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미니스커트', '마담' 등 단어 썼을 수 있지만 어떤 맥락인지는 기억 못 해"
박 대표는 이 가운데 인사 전횡에 대해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폭언, 성희롱, 성추행 시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직원들과) 같이 모여서 얘기해보고 싶다"고만 말했다.
그는 "제가 취임 초반에 야단을 많이 친 것은 사실이지만 말투는 거칠지 몰라도 욕은 안한다"며 "또 '미니스커트', '마담' 등의 단어는 썼을 수 있지만 어떤 맥락에서 썼는지는 기억을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번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정명훈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할애했다.
박 대표는 "(시향에) 처음 와보고 방만하고 비효율적이고 조직이라 할 수 없는 동호회적인 문화에 놀랐다"며 "그런 조직을 추스르고 제자리로 돌리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울시향) 대졸 초임 연봉이 3000만 원인데 6~7년차 직원들이 엑셀도 못하고 있었다"면서 "나태한 문화, 공사구분 없는 문화에 익숙하던 분들을 체계화시키고 시스템화 시키려는 저의 목표나 의도와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명훈 부인이 머물 호텔 비용 지원해 달라고 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서울시향은 정 예술감독 막내 아들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A씨를 고용해 매년 5700여 만 원의 연봉을 줬다. A씨는 정 예술감독의 친척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A씨는 이미 9년 전에 정년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당시 서울시향 대표가 규정 위반으로 고용하지 않자 정 감독이 서울시장을 찾아가 면담한 뒤 채용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년 규정을 개정하고 A씨는 지난해 6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은 뒤 퇴직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정 예술감독의 비서가 찾아와 정 예술감독이 집을 수리하니 부인이 머무를 호텔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데 어떻게 개인의 호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느냐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 10월 28일 정효성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직원들의 탄원서에 대해 자신에게 얘기하면서 정 예술감독이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박 대표와 일을 못하겠으니 나와 재계약을 원하면 12월 초까지 정리해달라'고 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일의 배후에 정 감독이 있고, 박 대표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느낀다"며 "정 감독은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상황을 잘 아는 제가 대표직에 있을 경우 제한된 내용으로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박 시장이 거기에 부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에서 고위 임원을 지낸 기업인 출신이다. 고(故) 박봉환 동력자원부 장관의 딸이며,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외삼촌으로 두고 있는 등 화려한 집안 배경으로도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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