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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 받아주는 요양병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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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 받아주는 요양병원이 없다"

인권단체 "국가 직영 요양병원 비중 30%로 늘려야"

ㄱ 씨는 지난 3월 HIV/AIDS(이하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회사 일을 하기 어려워지고, 운전을 하기 어려워지더니 나중에는 걸음마저 느려졌다. 그러다가 지난 4월에는 아예 거동을 못 하는 상태에 놓였다.  
 
ㄱ 씨처럼 거동이 불가능하고 24시간 간병을 장기간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는 요양병원이 필요하다. 요양병원은 간병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90일 이상 입원 가능한 병원을 일컫는다. 

문제는 에이즈 환자를 장기간 받아줄 만한 요양병원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에이즈 환자의 입원을 거절한다.

이 때문에 ㄱ 씨의 배우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24시간 간병을 해야 했다. 관으로 미음을 주입하고, 가래를 빼주고, 욕창 드레싱을 해주고, 기저귀를 갈아줬다. 그러다 골병이 났다. 

간병하던 배우자마저 수술을 받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ㄱ 씨 부부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질병관리본부는 ㄱ 씨처럼 장기 요양이 필요한 에이즈 환자가 전국에 200여 명 더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들 환자 가족들은 갈 곳이 없어 종합병원을 전전하거나, 집에서 간단한 의료용품을 갖추고 24시간 간병을 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 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환자 증언대회를 열어 "에이즈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가 공공 요양병원을 민간 위탁에서 국가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에 1300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이 있지만, 에이즈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요양병원은 한 곳도 없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에이즈 환자들이 입원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운영할 책임이 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에이즈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요양병원을 지정하지 못한 탓이다.

김대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전국 16개 시도에 에이즈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마련해달라고 연락했으나, 도립 요양병원조차도 (민간 위탁이라) 에이즈 환자는 안 받는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에 에이즈 환자도 장기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잔재한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적정 시설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요양병원이 에이즈 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김대희 사무국장은 "요양병원이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데다 요양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요양 서비스 제공을 전적으로 민간에 위임한 상황에서 "수익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에이즈 환자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환자 입원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1% 미만인 공공 직영 요양병원 비율을 3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가 요양 사업을 민간에 위탁하다보니, 공공 요양병원일지라도 민간 요양병원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 요양병원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환자가 적용받을 수 있는 보편적 요양 서비스 모델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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