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큰 형인 이상은 씨와 둘째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각각 전국에 50만5064㎡(15만2700평), 10만2819㎡(3만1000평)의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이 보유한 땅은 대략 여의도의 4분의 1 크기다.
이 중에서 경기 이천에 위치한 54만4526㎡의 땅은 하이닉스 반도체 이천 공장에서 불과 6~7㎞ 거리에 있는 곳으로 매입시점이 공장 건설과정과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집중 매입→인근에 현대전자 공장 준공→?
<경향신문>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상은·상득 형제는 1971년 영동고속도로 신갈~새말 구건이 개통된 다음 해부터 1975년까지 이천 땅을 매입했다. 이천 땅 전체 매입분의 90%에 달하는 48만6023㎡는 1972년부터 197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 시기는 현대전자의 전신인 국도건설이 인근 부발읍 아미리에 땅을 사들이기 직전이다. 현대는 국도건설 인수 후 1983년 4월 현대전자(현재는 하이닉스 반도체)로 명칭을 바꾸고 같은 해 10월 이천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이천 땅 매입은 본격적인 제품생산에 들어간 1986년까지 계속돼 이상득 부의장은 같은 해 4월 송갈리 임야 2개 필지 1만1405㎡를 매입했다. 이곳은 이 부의장의 부인 최 모 씨가 주소지를 옮겨 1972~1973년 매입한 1만6845㎡의 논밭 부근이다. 당시는 농지법-농지개혁법 상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농민에게만 농지취득을 허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이 아니냐는 의혹마저도 나왔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그룹이 확보해 놓은 토지 중 서울과 인접하고 건설이 용이한 이천에 공장과 연구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천 땅 문제는 현대건설과도 관련돼 있다. 현대건설로부터 1975년 9월 독립한 건축자재 회사인 동서산업은 1982년 11월 이천시 부발읍 신원리에 종합 콘트리트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이 후보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목장 젖소를 키우는 목부일을 했다. 형 상은 씨는 1970년대 초 폐결핵 치료차 이천지역 온천에 자주 다녔다. 이런 인연으로 정부가 1970년대 낙농육성정책을 시행하면서 이천에 목장 개발을 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시아버지를 자주 찾아가던 며느리가 시아버지로부터 묘답을 장만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소를 이전해 산소와 붙어있는 논을 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들 놔두고 조카에게 증여?
큰 형인 상은 씨가 이천에 보유하고 있던 자신의 땅 전부를 동생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장남 지형 씨에게 증여한 부분도 의심을 사고 있다.
이 씨 형제의 선친이 갖고 있던 주미리 일대의 땅은 1982년 9월 상은 씨와 이 전 시장의 누나인 귀선 씨, 여동생 말분 씨 등 3남매를 거쳐 1998년 9월 지형 씨에게 넘어갔다. 지형 씨는 앞서 제기된 '은평 뉴타운 대박 의혹'과도 연결돼 있다. 은평구의 진관외동 내의 2필지 중 한 곳도 제3자 매각을 거쳐 지형 씨에게 넘어간 것.
이상득 부의장 측은 "목장을 하던 선친 일을 이어받아 상은 씨가 소를 키웠는데 (이 부의장이) 목초지 개발, 축사 신축, 도로 개설, 전기 설치 등 각종 개발자금을 전적으로 지원해 줬기 때문에 상은 씨는 실제로는 동생(이 부의장) 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이후 목축사업이 잘 안돼 땅을 정리하면서 조카인 지형 씨에게 넘겨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명박측 "형제들의 일은 형제들에게…"
이에 대해 이명박 캠프 장광근 대변인은 8일 "이명박 후보를 정조준 한 실탄이 바닥나자 주변부를 겨냥해 이미지 실추를 위한 공포탄을 발사하는 식"이라면서 "외곽을 치면서 중심부를 노리는 고도의 '상징조작수법'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장 대변인은 "이 후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을 보도해 이 후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사회의 공기로서의 언론의 책임성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라는 성경구절처럼 '형제들의 일은 형제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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