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괌-한국-일본. 지난 4월 30일 미국 국방부 부장관으로 발탁된 로버트 워크(Robert O. Work)의 첫 해외 순방 동선이다. 8월 17일부터 이들 지역을 순방하고 있는 워크 부장관의 최대 의제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혹은 '재균형(rebalance)' 전략을 구체화하는데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정책 인수팀장→해군부 차관→민주당계 싱크탱크인 신안보센터 대표를 거쳐 국방부 부장관으로 기용된 워크는 미국의 대표적인 ‘해군 전략통’ 가운데 한 사람으로 뽑힌다.
워크가 첫 외국 순방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을 두고 정부와 일부 언론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이다. 워크 역시 한미동맹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핵심(linchpin)"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왜(why)'이다.
우선 그의 동선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와이는 미국 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곳이고, 괌은 미국이 21세기 아시아-태평양의 전략적 허브 기지로 만들고 있는 곳이다. (☞관련기사 : 미국 신(新)전략기지 괌, 한국도 비용 부담하나?) 한국, 특히 오산 공군기지는 미국의 최전방 전초기지에 해당하고 오키나와를 포함한 일본은 미국 아시아 전략의 중추이다. 주목할 점은 수 년전부터 미국이 이들 지역은 한반도 유사시 단일통합전장권(single integrated theater)에 해당된다며, 한미일 삼각 동맹을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워크의 동선은 바로 이걸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한미일 3자 군사정보 공유와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워크가 21일 오산공군기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는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는 한미동맹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와 미국 MD가 "최대한 상호운용이 가능한 시스템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야 "저비용, 고효율" MD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TMD는 해외 주둔 미군과 동맹․우방국 방어를 위한 MD를 일컫는 표현으로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지역 MD'로 불러왔다. 그리고 미국은 TMD, 즉 지역 MD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해왔다.
그는 또한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은 둘 다 "동북아 및 아시아-태평양의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한미일 3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일은 3월 3자 정상회담과 5월 3자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군사정보 공유의 필요성에 이미 공감을 이룬 바 있다. 그리고 한국민의 반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미국을 끼워 넣었고, 가능한 비공개로 하기 위해 협정이 아니라 양해각서(MOU)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해볼 때, 워크의 아태 순방은 10월에 예정된 한미연례안보회의(SCM)의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짙다. 이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을 또 다시 연기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한미일 3자 군사정보 공유와 MD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이에 따라 두 가지가 맞교환되는 거래가 이뤄질 공산이 대단히 크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핵심적인 조건으로 이미 MD를 제시한 상황이다. 이에 호응하듯 박근혜 정부는 미국 MD의 핵심 무기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내 배치에 호의적이다.
그러나 이건 대한민국 안보와 국익을 저해하는 잘못된 거래가 될 것이다. 작전권 없는 군대가 제대로 개혁을 이룬다는 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한미일 정보공유와 MD는 우리 안보를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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