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다. 전투적 몸싸움으로 가득한 야성의 그라운드. 그 속에서 로빈 반 페르시는 슬라이딩 헤딩 슛으로 축구의 미학을 그려냈다. 무적함대 스페인의 침몰. 네덜란드는 5대1 대승으로 '오직 공격뿐'이란 토털사커의 부활을 선언했다. 전 세계가 주목한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 22살 청년 네이마르가 새로운 축구황제임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88분이었다. 네이마르는 개막전에서 88분을 뛰며 2골을 기록했다. 개막식에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경기장 밖에서의 월드컵 반대 시위. 그러나 월드컵은 개막 이틀 만에 충분히 불붙었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관전 포인트 1. 스포츠와 스포츠이벤트의 관계 - 축구와 월드컵은 다른 문제
월드컵 같은 메가스포츠이벤트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왜, 월드컵을 개최하냐"고 물어보면 쉽다. 흔한 대답은 '경제효과'다. 그러나 월드컵은 개최국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다. 입장권 판매, 후원 계약, 중계권 판매 등의 주요 수익은 FIFA에 귀속된다. 개최국의 경제효과는 브랜드 및 이미지 상승효과, 국민통합효과에 맞춰진다. 이미지 상승과 국민통합은 경제적 효과보다 정치적으로 활용된다. 그래서 메가스포츠이벤트 개최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브라질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월드컵 개막일에도 월드컵 반대 시위와 파업은 끊이질 않았다. 상파울루에선 시위로 지하철이 폐쇄됐고 한국대표팀의 2차전 장소인 포르 투 알레그리에선 은행과 공공시설이 시위대에 공격을 당했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선 갈레앙공항 노동자가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시위대의 주장은 간단하다. '월드컵에 쓸 돈을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 주택, 보건에 쓰라'는 것이다.
월드컵 개최 후의 브라질은 어디로 갈 것인가? 월드컵이 브라질의 정치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지켜보는 것은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관전 포인트다. 스포츠와 스포츠이벤트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스포츠이벤트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지 등에 관한 시사점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2. 스포츠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 "잊히는 것이 두렵다"
길거리응원에 대한 찬반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붉은 악마는 길거리응원을 결행한다. 길거리응원의 상업화는 여전히 논란이다. 탈정치를 부추기는 월드컵 열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4년 주기의 월드컵과 길거리응원은 소소한 행복이자 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월드컵 열병은 고단한 삶과 모순된 사회를 잊게 하는 마취제이기도 하다. 과연 월드컵은 세월호 참사를 잊게 할 것인가?
월드컵을 판타지로 경험한다면 스포츠는 소비되는 것일 뿐 소중한 그 무엇은 아니다. '대~한민국' 함성과 세월호 애도가 모순이 아닐진대 월드컵으로 세월호가 잊힌다면 우리는 스포츠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데 중독된 그렇고 그런 감정소비자일 뿐이다. 페어플레이와 협동, 희생정신. 스포츠의 가치는 본래 사회적 정의다. 세월호 참사는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월드컵이 세월호를 잊게 하는 지를 지켜봐야 한다. 이것은 '스포츠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3. 국민감독을 갖고 싶다 - 홍명보의 'to be or not to'
홍명보감독은 기획상품이다. 2002년 히딩크감독을 경험하며 한국 축구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중의 하나는 '월드컵 16강을 위해선 선수만큼이나 감독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감독도 키워야 한다'는 명제에 모두 동의했다. 홍명보감독은 그래서 키워졌다. 연령별 대표팀을 맡고 월드컵대표팀 코치를 거치고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예정보다 일찍 긴급 차출됐다.
16강에 진출한다면 홍명보감독은 국민감독 반열에 오른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대표팀을 맡게 될 가능성도 높다. 수많은 스타출신 감독들이 망가졌다. 축구협회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입맛대로 자르지 못할 국민감독을 갖고 싶다. 월드컵에 대비해 온전히 4년을 준비하는 대표팀 감독도 보고 싶다. 브라질월드컵은 국민감독 탄생, 4년 재임감독 탄생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관전 포인트 4. 오심 논란 - 비디오 판독 확대의 계기?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이젠 옛말이다. TV 중계 기술의 발달로 오심이 너무나 생생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FIFA는 브라질월드컵에서 '골라인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골라인 비디오판독은 호주-칠레전에 이어 프랑스-온두라스전에서 정확한 판정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오프사이드와 페널티킥 판정이다. 브라질-크로아티아의 개막전 페널티킥 판정, 멕시코-카메룬전의 오프사이드 판정, 스위스-에콰도르전 오프사이드 판정은 TV 중계로 잘못된 판정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오심논란은 증폭될 것이다. 오심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적나라한 TV 중계로 모르고 지나가는 오심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FIFA는 어떤 선택을 할까?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선 오프사이드 판정에 비디오판독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에서의 오심 논란, 비디오 판독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인가?
관전포인트 5. 선수 출신 축구해설가의 전면 등장 - 축구 마니아 출신의 퇴장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가 해설위원으로 전면 등장했다. KBS는 이영표 위원, MBC는 안정환, 송종국 위원, SBS는 차두리 위원을 전면에 배치했다. 90년대는 신문선,․ 이용수,․ 강신우를 앞세운 학구파 선수 출신이 대세였다. 2000년대는 축구 마니아의 시대였다. 박문성,․ 서형욱 등은 해외축구 정보와 지식으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야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축구에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이영표 , 안정환,․ 송종국 등이 해설가로 데뷔했다. 이들의 변신이 성공한다면 선수 출신 해설가가 잇따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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