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 경기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2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모처럼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참가가 이뤄질 경우 전체 회원국이 참여하는 '퍼펙트게임'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꽉 막힌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푸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8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는데, 교황의 방북이나 북측 천주교 인사들의 방한도 타진해볼 수 있다. 8월 15일 광복절은 남북관계와 민족 문제에 대해 새롭고도 진취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아울러 9월 8일 추석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논의해볼 수 있다.
정치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일정들을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준비를 잘한다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해빙 무드를 맞이할 수 있다.
한미군사훈련을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그러나 남북관계는 예상할 수 있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온갖 암초들로 둘러싸여 있다. 북한의 아시안 게임 참가를 확신만 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일단 예상할 수 있는 변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과 이에 대한 북한의 태도이다. 대개 8월 하순에 실시되는 이 훈련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 북한의 아시안 게임 참가는 무산되고 한반도 정세도 또다시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4월 23일 "북남관계 개선은 전적으로 남측 정부 태도에 달려 있다"며,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의 취소를 요구한 바 있다. 결코 전조가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군사훈련을 유보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이게 곤란하다면 2월 남북한 사이의 합의 정신을 되살릴 필요도 있다. 북한이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응한 데에는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방식'으로 훈련을 실시키로 했기 때문이었다. 훈련에 참가하는 군사력을 축소하고 언론에 비공개하는 로우키(low key)로 진행키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한미 양국은 로우키를 깨고 말았다. 미국은 또다시 B-52 핵 전폭기를 동원했고, 포항에서 열린 '쌍용 훈련'은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그것도 언론이 공개되면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이 파탄 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미국이 보낼 것은 전폭기가 아니라 대북 특사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훈련 유보에서부터 훈련 규모/일정을 대폭 축소하고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에 나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군사 훈련에 대한 시각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때마침 외교안보팀 개편에 나선만큼, 대결형이 아니라 협력형으로 새로운 진용을 짜야 할 것이다.
미국도 또다시 살얼음판에 돌을 던지는 결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미군사훈련을 자신의 완력을 과시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군사주의적 행태를 버려야 한다. 대신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및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억류 중인 케네스 배의 석방이 무산된 결정적인 원인도 핵 전폭기 동원 훈련에 있었다. 미국이 한반도에 보낼 것은 전폭기와 같은 핵 투발수단이 아니라 대북 특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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