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이 사거리 500여km의 신형 국산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해안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었고, 목표 지점에 정확히 떨어졌다.” 3월 말이면 북한이 노동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이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을 내년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고 이보다 사거리가 긴 800km의 탄도미사일은 2017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언론들은 이로써 남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됐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몇 가지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우선 군 당국이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에 앞서 사전 항행 경보를 했느냐는 문제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사전 항행 경보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군사행동으로서 국제 항행 질서와 민간인 안전에도 심대한 위협을 주는 도발적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런데 남한군도 비공개로 미사일 실험을 실시하고는 수일이 지난 후에 이를 공개했다.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국방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두고 강대국의 횡포라며 “전면 배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둔하고자 하는 취지가 아님은 물론이다. 오히려 남한의 이러한 태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및 실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기하는 것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간에 차별과 불공정을 가장 못 마땅히 여기는 것이 사람의 습성이다. 북한의 언행이 갈수록 삐뚤어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 의해 위성 발사를 금지당한 유일한 나라이다. 평화적 핵 이용 권리도 제약당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 때문이라면,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들이자 핵보유국들인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이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현실과 모순된다. 유독 ‘북한만 안 된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이게 북한은 여기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힘을 가져야 차별받는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핵 억제력을 “만능의 보검”이라고 일컫는 까닭이다. 물론 나는 이게 북한의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이다. 향후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핵심적인 변수는 북한의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두 가지를 예고한 상태이다. 하나는 한미연합군과 호주군까지 가세해 벌이고 ‘쌍용훈련’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대응을 맹비난하면서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것이다. 또 하나는 또다시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문제 삼는다면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아마도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빈 말을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실제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도 또다시 쏘면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남북관계 개선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은 북한의 저울질에도 안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시위가 아니다. 냉각기를 거쳐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남한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평범한 지혜를 망각할 때, 북한의 과잉행동을 유발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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