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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의 '골프 캐디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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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의 '골프 캐디 잔혹사'

국가보훈처 위탁 기업 "일 안 주고, 노조 탈퇴 회유"

단 6개월 만이다. 150명에 달하던 노조원은 이젠 70명도 채 남지 않았다. 회사는 "정부가 좌파에서 우파로 갔다"며 노조를 탈퇴하거나 회사를 나가라고 했다.

국가보훈처가 위탁 운영하는 88관광개발 주식회사에서 일하는 경기 보조원, 일명 '골프 캐디'로 불리는 이들은 1999년 처음 상급 단체를 전국여성노동조합으로 하는 88CC분회를 결성했다. 조기 명예퇴직과 부당한 사측 처우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10년간 네 차례 단체협약을 갱신하면서 이들은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았다. 2000년에는 노동부에서 법적으로 노동자라고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지난해 6월, 회사 임원진이 교체됐다. 직원 누가 봐도 정권의 코드에 맞는 낙하산 인사였다. 변순희 전국여성노동조합 총무국장은 "공기업인 국가보훈처가 위탁 운영하는 회사인지라 교체된 인사의 성향도 정권을 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 관리자가 바뀌자 상황은 변했다. 노골적인 '노조 탄압'이 현장에서 진행된 것이다.

▲ 골프 캐디 여성 노동자들이 10일 국가보훈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탄압을 자행하는 88CC를 규탄했다. ⓒ프레시안

현장 관리자 부임 후 "푸닥거리 한번 해야 되겠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부임한 현장 관리자인 경기팀장은 노조 간부를 불러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 알지 않냐"며 "좌파에서 우파로 갔기 때문에 너희들 힘들다"고 언급했다. 관리자는 분회장을 지목하며 "조합 활동은 이제 없다"며 "너희들 좋은 대로 단협에 다 해놓고… 푸닥거리 한 번 해야 되겠다"며 노조와의 선전포고도 예고했다.

결국 7월부터 본격적인 노조 탄압이 시작됐다.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일명 '갈라치기'를 진행한 것. 김은숙 88CC분회 분회장은 "일을 받기 위해 새벽 4시에 출근해도 사측에서는 조합원이란 이유로 일을 배정하지 않았다"며 "결국 하루 종일 허탕만 치고 집으로 돌아가기가 일쑤였다"고 주장했다.

경기 보조원은 일찍 오는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 빠른 번호순으로 일을 배정한다. 문제는 조합원 번호가 1번이고 비조합원 번호가 50번이라고 하면 먼저 일을 배당 받아야 하는 조합원을 제치고 비조합원이 일을 배당받도록 사측에서 손을 썼다는 것이다.

변순희 총무국장은 "골프를 치는 손님들이 주는 팁이 일당인 경기 보조원들에게 경기를 배당하지 않는 것은 결국 노조를 탈퇴하라는 지시나 다름없다"며 "전형적인 노조 깨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부당한 대우에 해명 요구하는 조합원에게 폭행도 가해

이로 인해 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2월 28일 일을 배정받기 위해 새벽부터 대기하던 노동조합 간부가 근무를 하지 못하고 퇴근하는 발생했다. 노동조합 간부 2명은 차별배치에 대한 근거를 사측에 물으며 순번에 의한 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장 관리자는 '나가라'며 언성을 높이며 조합 간부를 밀쳐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경숙 조합원은 "관리자의 폭력 행위를 체증하려고 하자 남자직원들이 카메라를 들고 있던 오른손목을 꺽고 카메라를 빼앗아 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다쳐 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노조에 의하면 김경숙 조합원의 비명소리를 듣고 노동조합 간부 여러 명이 달려와 핸드폰과 다른 카메라로 또다시 촬영을 하자 현장 관리자는 남자 직원들에게 카메라와 핸드폰을 뺐도록 지시했다.

카메라와 핸드폰을 뺐기지 않으려 저항한 여성 조합원 7명은 상해를 입고 비디오 카메라 1대가 파손됐다. 다른 핸드폰과 디카는 모두 사측 남성 직원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현재 조합원 2명은 전치 3주, 노조 간부 5명은 2주 진단을 받았다.

▲ 기자 회견을 진행 중인 경기보조 여성 노동자들. ⓒ프레시안

게시판 글 썼다고 무기한 출장 유보와 고소 줄이어

사측의 노조 탄압은 폭행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똑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조합원의 경우 비조합원보다 부당한 징계가 내려진 것. 특히 2008년 9월에는 손님이 현장 관리자의 무례함을 사장에게 항의하자 그 책임을 경기 보조원 조합원에게 돌려 무기한 출장 정지를 내렸다.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조치다.

노조는 "경기 보조원 수칙도 무시한 징계"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출장 정지를 당한 조합원은 국가보훈처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조합원들은 국가보훈처 자유게시판에 현 사태를 알리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회사는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출장 정지 중이던 조합원을 제명시켰다.

결국 지난해 10월 88CC분회는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또 일이 배정되지 않는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매일 새벽 출근해 1인 시위, 결의대회 등을 진행했다. 또한 사측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11월 회사는 되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국가보훈처 자유게시판에 글을 쓴 조합원 52명에게 무기한 출장 유보 징계를 내렸다. 또한 12월 2일에는 조합원 22명에 대해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정보통신법 위반 등을 이유로 검찰에 고소했다.

같은 이유로 지난 1월 14일에는 노동조합 간부 3명을 제명시켰고 3월 1일에는 노조 간부 2명에 대해 무기한 출장 유보 징계를 내렸다.

변순희 총무국장은 "노조에서 끊임없이 사태 해결을 위해 면담을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대신 사측은 무기한 출장 유보 징계를 내린 54명의 조합원들에게 징계 철회 조건으로 '노조 탈퇴'와 회사에서 만든 '자치회 가입'을 제시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측 "무기한 출장 유보 징계 풀려면 노조 탈퇴하라"

결국 노조 측은 대화를 거부하는 88관광개발 대신 이들을 위탁 운영하는 국가보훈처가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 보조원들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4개 여성 단체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가보훈처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국가보훈처는 위탁회사인 88관광개발 주식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자행하는 부당해고와 폭행 사건 해결을 위해 지금이라도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보훈처는 국가기관이자 공공기관으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단결행동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위탁사업장에서의 부당노동행위를 관리 감독하고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국가보훈처는 위탁회사의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는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폭행과 폭언의 재발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부당해고로 생계를 박탈당한 58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88관광개발 경기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와 노조 측은 어차피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검찰과 노동부에서 조사를 다 마쳤으니 그쪽에 물어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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