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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방과 후 돌봄 확대,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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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방과 후 돌봄 확대,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학교에 14시간 있는 아이들…지역사회도 돌봐야

오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생 중 원하는 학생은 방과 후에도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 교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추진된 것이다.

방과 후로 확대되는 초등 돌봄 교실

지난 12일 교육부는 올해 100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초등학교에 9600개의 돌봄 교실을 추가로 설치해 초등학생 약 33만 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2015년에는 3~4학년까지, 2016년에는 5~6학년까지 그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서울시교육청, "2014 주요 업무 계획"

그동안 학교 돌봄 교실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학교당 1개에서 많아야 2개 정도의 돌봄 교실을 운영하다보니 저소득층·한부모 가정 등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우선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가져온 돌봄 교실 신청서를 보니 우리 집 같은 '맞벌이 가정'은 7번째 순위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학교에서는 추첨을 통해 뽑기도 하고 '제비뽑기'에서 탈락한 1학년 학부모의 경우 당장 방과 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매년 반복되었다.

돌봄 교실 확대, 준비는 되어 있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 교실이 확대된다는 소식은 일단 반갑다. 하지만 더 꼼꼼히 준비해야할 일들이 많다.

학교 현장은 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한 데 이어 1월 중에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청에 확인해보니, 재학생과 신입생을 합친 수요 조사 결과가 나오면 3월에 실수요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다시 한 번 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요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니 학교별로 돌봄 교실을 몇 개나 만들어야 할지도 미정이다. 얼마나 늘릴지, 어떻게 운영할지 구체적인 지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돌봄 교실의 질을 담보하는 강사들의 처우 개선도 아직은 먼 얘기일 뿐이다.

그동안 방과 후 돌봄 사업은 학교에서는 교육부가, 지역 사회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각각 추진함에 따라 시설 간 연계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포구에서는 이미 2012년에 지역 돌봄 시설들과 학부모들을 주축으로 '방과 후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지역 교육지원청과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 돌봄 시설 협의체를 구성하고 방과 후 돌봄지원센터 설치를 통해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 교육부

이렇듯 방과 후 지원 사업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에야 교육부를 비롯한 3개 부처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처음으로 방과 후 돌봄 서비스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공동 수요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시군구 단위에서는 지역교육지원청이 중심이 되어 지역돌봄협의체가 구성됐다.

앞으로 이 지역돌봄협의체는 단순히 수요 조사에 따라 각 기관에 아이들을 배정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틈새 아동의 발굴과 지원, 돌봄 기관 간 정보 공유와 프로그램 연계 등 지역 차원에서 돌봄 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한 민관 협력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은 행복할까?

이번에 돌봄 교실을 확대한다는 뉴스를 접한 많은 예비 신입생 학부모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무작정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자.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아침에 등교해서 저녁 돌봄을 마칠 때까지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은 최장 12~14시간이다. 이 중 돌봄 교실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8~9시간이다. 이쯤 되면 학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학교가 '안전한 돌봄의 공간'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종일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을 학교 울타리 안에만 가둬둘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이 아이들을 품어야 한다.

'마을'도 돌봄에 나서라

우선, 공공 영역의 돌봄 시설이 확대되어야 한다. 구립 유치원, 구립 어린이집처럼 지자체에서 방과 후 돌봄 시설을 직접 운영할 수 있다. 성북구가 운영하고 있는 '구립 방과 후 돌봄센터'가 그 좋은 사례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마을 방과 후 돌봄센터'는 어떨까? 마을 책방, 작은 도서관 등 지역에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들을 활용한 방과 후 돌봄센터 말이다.

서너 시쯤 학교 방과 후 교실을 마친 아이들이 태권도 학원이나 미술학원에 가기 전에 들러서 쉴 수 있는 '브릿지 카페'(bridge cafe)는 또 어떨까?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운영하고 마을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나서면 인건비 부담을 줄여나갈 수도 있겠다. 마을 전체가 돌봄의 공간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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