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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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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썬 사람들

[한윤수의 '오랑캐꽃']<227>

베트남 사람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애향심이 강하다.
같은 고향 사람은 철저히 챙긴다. 구직중이어서 잘 데가 없는 노동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대개 고향 선후배들이다. 우리가 군대 갔을 때 고향 선배가 챙겨주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한국에 와 있는 노동자들 간에도 향우회 비슷한 모임이 있다.

베트남 북부, 중국과의 접경에 랑썬이라는 국경도시가 있다.
1979년 중월 전쟁 때 중국군의 포격을 받아 모든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지. 모든 가정이 똑같은 불행을 당해서 그런지, 유난히 단결이 세다.

이 랑썬 사람들이 일요일날 왔다.
발안에 모여 점심을 같이 먹고
"발안 센터 가보자!"
하며 우르르 몰려온 것이다.

이들이 온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센터에서 3가지 사건을 해결해 주었는데 공교롭게도 주인공들이 모두 랑썬 출신이기 때문이다.

00우드란 회사가 있다.
조립주택의 소재가 되는 목재를 생산한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작년 초부터 상습적으로 임금이 체불되었다. 대화로는 도저히 안 되어서 노동부에 진정했다. 하지만 사업주가 출석조차 하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고소하여 검찰까지 갔다. 그래도 사업주가 폐업신고를 하고 잠적하는 등 조금도 해결이 안 되었다. 결국 2명은 보증보험에서 임금 전액을 보전 받았고 나머지 3명은 보험으로도 안 되어서 민사소송에 걸어놓은 상태다. 이들 5명 중에서 먼저 돈을 받은 2명이 랑썬 출신이다.
▲ ⓒ한윤수

00산업이란 회사가 있다.
화장품 용기를 제조한다. 4명에게 퇴직금 차액을 지급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다. 3명은 대화로 해결했다. 그러나 사장님 왈, 나머지 1명에게는 퇴직금을 더 줄 게 없다고 주장했다. 가불해준 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는 가불금이 없다고 주장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그 노동자를 특별히 총애해서 다른 사람 모르게 매달 10만원씩을 더 주었던 것. 그것은 보너스면 보너스지, 가불금 성격이 아니다.
진정서를 썼다. 감독관 앞에서도 해결이 안 되어 결국 노동부 휴게실에서 차 한 잔 하면서 합의를 보았다. 그 결과 4명 전원이 퇴직금을 다 받았는데 이들이 모두 랑썬 출신이다.

전라도에 있는 0 & 0 이란 회사 이야기는 이미 *양심선언이란 글에 쓴 바 있다. "식대로 다 까부셔서 퇴직금은 줄 게 없다"는 확인서에 사장님이 사인하라고 하자 노동자는 이름을 쓰는 척하고 <토이 콩 비엣( Toi Khong Biet )>이라고 썼다. "나는 모른다!"라는 뜻이다. 이 확인서를 광주 노동부에 제출하여 퇴직금 전액을 받았는데, 그 또한 랑썬 출신이다.

가만히 보면 랑썬 사람들이 부닥쳤던 문제들은 하나같이 해결하기 좀 까다로운 측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해결되었다. 그것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우리 센터 직원들이 한 역할 한 탓이다.
그래서 랑썬 인들이 고마워 발안으로 몰려 온 것이고.

그들은 중구난방으로 한참 떠들다가 기념촬영을 하고 또 우르르 나갔다.
선물로 사온 과일을 두고서.

*양신선언 : 2010년 1월 26일자 오랑캐꽃 18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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