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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방법

[한윤수의 '오랑캐꽃']<204>

필리핀 사람 여럿이 왔다.
사람은 여럿이지만 문제는 리챠드 한 사람에게만 있다.
나머지는 응원부대다.

리챠드는 한국에서 3년 일했다. 그는 한국에서 더 일하고 싶은데 더 일하지 못하게 되었단다.
내가 물었다.
"회사에서 일 그만하고 필리핀 가래요?"
"아뇨. 회사에서도 나 좋아해요. 더 일하래요. 그런데 안 된대요."
회사에 확인전화를 걸었다.
"리챠드 더 쓸 겁니까?"
담당과장이 받는다.
"물론이죠. 일 잘하거든요."
"그런데 왜 재고용 안 된다고 했어요?"
"고용지원센터에서 안 된다는 거지요. *2월 22일 전에 재고용 계약을 했어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네요."

전화를 끊고
외국인 등록증을 앞뒤로 유심히 살펴보았다.

등록증 뒤를 보니 그의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는 날은 3월 22일이다.
따라서 체류기간도 3월 22일이 만기다.
이것만 보면 희망이 없다.
규정상 최소한 귀국 한 달 전에 재고용 수속을 해야 하는데, 이미 늦었으니까.

하지만 등록증 앞면을 보니 희망이 보인다
그가 *입국한 날은 2007년 4월 18일이다.

따라서 2010년 4월 17일까지는 법적으로 체류할 권리가 있다. E-9 비자는 체류기한이 3년이니까.

▲ ⓒ한윤수

문제를 이렇게 풀면 된다.
1. 회사와 리챠드는 근로계약을 4월 17일까지 한 번 더 연장한다.
2. 따라서 체류기간도 4월 17일까지 연장된다.
3. 이제 한 달 이상의 여유가 있으므로 쌍방 간에 재고용 계약을 하면 만사 오케이다.

"리챠드, 재고용됩니다."
담당과장에게 전화하니 굉장히 좋아한다.

대부분의 회사에선 나를 안 좋아하지만
안 좋은 목사도 써먹을 데가 있다.

*2월 22일 : 등록증 뒤에 표시된 체류기간 만료일(3월 22일)로부터 한 달 전 날. 현행법상 외국인 노동자의 재고용은 최소한 귀국 한 달 전에 신청해야 유효하다. 고용지원센터의 담당자는 3월 22일이 귀국일인 줄 알고 재고용이 안된다고 답한 것이다.

*입국한 날 : 입국한 날은 등록증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등록증 앞의 1년 체류기간이 끝나는 날(2008년 4월 17일)의 만 1년 전이므로 2007년 4월 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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