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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편을 들까?

[한윤수의 '오랑캐꽃']<183>

월요일은 휴일이라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한 목사님이시죠?"
"예,"
"저도 외국인 도와주는 목사입니다. 라오(가명) 아시죠?"
"모르겠는데요."
"며칠 후 노동부에 출석하기로 되어 있는데 모르세요?"
"모릅니다. 상담한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요. 어느 나라 사람인데요?"
"필리핀요."
"아! 필리핀이라면 S간사 담당이니까 그쪽으로 전화하세요. 오늘은 휴일이니까 하지 마시고 내일 전화 주세요."

다음 날 전화를 받은 S간사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요. 그 목사님, 사업주 편인 것 같은데요."
나는 그녀를 이해시켰다.
"목사는 다 노동자 편인가? 안 그런 경우도 있어요. 헌데 왜 그런 말을 하지요?"
"밀린 임금을 꼭 받아야 하느냐? 조정할 여지는 없느냐? 묻는데요."

알고 보니 P목사는 외국인에게 전도하는 선교사로 *라오를 회사에 소개하고 월급액수까지 정해준 사람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P목사와 약속한 월급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보다도 훨씬 미달하게 주어서 문제가 된 것이다.

며칠 후 인천의 K노동청.
S간사가 라오를 데리고 출석했다.
사장 사모님과 P목사는 이미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근로감독관은 회사가 라오에게 지급할 체불임금을 계산해놓은 상태였다.
라오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 퇴직금 차액 274만원
2. 미지급 임금 및 잔업수당 1230만원,
합이 1504만원이었다.
체불금으로선 꽤 큰 금액이다. 이렇게 금액이 크니 회사에서 P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모양이다.

회사 형편이 어려워 다 줄 수 없다고 해서, 금액을 가지고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P목사는 <라오와 회사, 양쪽을 다 알고 있는 유일한 증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S간사는 그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
결국 사모님과 S간사 사이에서 금액이 조정되었다.
S간사는 퇴직금은 100프로 받되, 임금은 25프로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사모님은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둘 다 합해서 5백만 원 선에서 합의하자고 나왔다.
금액 차이가 너무 크자, S간사는 라오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상의했다. 라오는 강경했다.
"30프로 이상은 죽어도 못 깎아줍니다."
S간사가 타일렀다.
"회사 진짜 어려운가봐. 그러지 말고 5프로 더 깎아줘."
결국 S간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라오와 사모님은 35프로를 깎는 선에서 합의했다.

이때 P목사가 끼어들었다.
"잠깐! 근로자를 더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S간사는 황당한 심정이었다.
"아니, 업체에서도 다 인정했는데 새삼스럽게 다시 시작하겠단 말입니까?"
P목사가 유감을 표시했다.
"왜 중립적인 위치에서 일하지 않고 근로자 편에 서서 일하는 거죠?"
S간사가 또박또박 대답했다.
"우리는 근로자의 위임을 받고 왔는데, 근로자 편에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중립적일 수 없죠."
P목사가 세게 나왔다.
"그렇다면 화성센터의 원칙이나 기준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S간사도 화가 났다.
"남의 센터 원칙과 기준을 바꾸라니! 아무리 목사님이래도 무례 아닙니까?"
P목사가 다시 아픈 데를 찔렀다.
"S간사님, 우리 다른 자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너무 빡빡한 거 아닙니까?" 그러나 S간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른 자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심적인 부담을 너무 주시네요. 내가 보기엔 목사님께선 사업주를 위해서 일하시는 것 같은데요. 유감입니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S간사는 더 이상 양보하지 않았다.

*라오를 회사에 소개하고 : 외국인 노동자를 회사에 소개하는 것은 위법으로 <지정알선금지>애 해당된다. 또 월급 액수를 정해주는 것도 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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