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으로 5개월 동안 정지됐던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재가동된다.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야당 등은 재가동에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갈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6일 오전 11시 정부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고리 1호기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지역주민들과의 협의가 종료됨에 따라 고리 1호기를 6일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이날 재가동에 착수하는 고리 1호기는 이르면 10일부터 전력 생산이 10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하계 전력 피크 기간(8월 셋째 주~8월 말) 동안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기여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안전성 논란을 두고는 "고리 1호기 사고 주요 원인인 비상디젤발전기에 대해 주민이 참관 등을 통해 안정성을 충분히 납득했다"고 강조했다. 원자로 압력용기에 대해서도 홍 장관은 "주민과 한수원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TF가 심도 있는 조사를 통해 이날 오전 '건전성이 확보됐다'는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주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설명했다.
홍 장관은 "주민들에게 '원전에 문제가 있다면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제가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재가동에 동의해 달라'고 호소했다"며 "지역주민들이 추천한 민간전문가 7인 역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경부는 주민들이 추천한 전문가와 한수원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원자로 압력용기 '전문가 검토 TF'를 구성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검토기간을 거쳤다.
"고리 1호기 재가동 반대하는 부산시민 기만한 것"
실제 부산 기장군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고리1호기 재 점검단은 6일 "고리1호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기장 주민들로 구성된 장안읍발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사무소에서 '고리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 건전성 전문가 검토 T/F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 발표에서 "지난 2006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제출된 '고리1호기 원자로압력용기의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중심으로 검토했다"면서 "검토 결과 고리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의 건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고리1호기 안전성 점검이 정부와 밀실합의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지식경제부가 밝힌 지역주민대표는 고리 1호기가 위치한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자치위원회와 장안읍발전위원회"라고 비판했다.
장하나 의원은 "이것은 지식경제부가 고리 1호기 안정성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라며 "고리 1호기의 직접 피해지역이며, 고리 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는 부산시민 71.5%가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가동 결정은 악수 중의 악수"
재가동되는 고리 1호기의 안전성 문제도 지적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성의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된 악수 중의 악수"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미 그 수명인 30년을 5년이나 넘겨 무리하게 가동해 그동안 전체 20%에 해당하는 사고와 고장을 일으켜왔다"며 "또한, 원자력 압력용기 재질이 나쁘고, 열 충격에 파괴되지 않고 견디는 힘이 약해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게다가 35년간 가동으로 170km의 배관과 1700km의 전기선, 3만 개의 밸브, 6만5000곳의 용접부위 그 어느 곳이 언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시 재가동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에 불을 붙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월 9일 계획 예방 정비 중이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 사실을 거의 한 달 뒤인 3월12일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회에 알린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에 따라 안전성 점검을 위해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한 뒤 안전성 점검 TF를 구성해 조사를 벌여왔고 지난달 4일 재가동 허용결정을 내린 뒤 지역민들과 재가동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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