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다했음에도 연장가동 중인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생기면 최대 85만 명의 암 사망자가 생기고, 최대 628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반핵부산대책위원회, 핵없는세상 광주전남행동, 조경태 국회의원, 김제남 국회의원 당선자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리 원전 1호기 방사능 누출사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경우를 발생할 경제적 피해규모를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 결과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와 같은 양의 방사능이 방출되고 시민들이 피난을 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급성 사망자는 4만7580명에 이르고 방사능에 의한 장기적 암 사망자는 최대 85만여 명이 발생한다. 특히 고리 원전 인근의 기장군 일광면, 기장읍 주민 대다수가 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난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최대 62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10년 명목 GDP의 53.5%에 달하는 비용이다. 고리 원전 인근의 대도시인 부산시 전체 시민을 대피시키면 암 발생률은 크게 떨어지지만 그만큼 경제적 손실은 늘어나는 탓이다.
예를 들어 고리 원전 사고 시 부산시 동구(약 30㎞ 지점)에서 피난 조치를 실시하지 않으면 43%가 암으로 사망하지만, 15일 내 주민 전원을 피난시키면 암 사망률을 5%까지 줄일 수 있다.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부산 전역을 피난시키면 경제적 손실은 그만큼 늘어난다. 피해액은 대사고의 경우 34조 원에서 235조 원으로, 거대사고의 경우 438조 원에서 628조 원으로 증가한다.
그럼에도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가 배상할 수 있는 금액은 500여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비용은 정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적했다.
박승준 일본 관서학원대학 종합정책학부 준교수와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지난 2월부터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평가 프로그램인 세오코드(SEO code)를 한국의 핵발전소에 적용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같은 분석결과를 얻었다.
연구진들은 모의실험 결과 발표 자료에서 "고리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에 대비해 신속한 피난 방재대책이 필요하고 원전 근접 지역의 거주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폭에 의해 장기적으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 인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산시민까지 피난시키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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