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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지금은 분양원가공개 반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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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 대통령 "지금은 분양원가공개 반대할 수 없다"

<MBC 100분 토론> 출연…부동산, 민생경제 강조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면서 "(이전과 달리) 지금은 제가 분양원가 공개제를 반대할 수 없다"고 말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확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녹화된 <MBC 100분 토론>(28일 오후 11시 5분 방영 예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31일 KBS 특별회견에 이어 4주 만에 단독회견에 나선 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 북미·한미 관계, 한미 FTA, 최근의 정치 현안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소상히 밝혔다.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은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 그동안 청와대가 견지해 온 입장과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여론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용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서울시가 도입하기로 결정한 후분양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한미 관계, 정치 현안 등에 대해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야당과 국회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의 핵심적 사안인 방코델타아시아 조사에 관련해 "조사를 빨리 마쳤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며 "'왜 그리 오래 걸리느냐? 언제쯤 끝날 것 같냐'고 폴슨 미 재무장관한테 물어보긴 했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요동치는 정치판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을 피하려 애썼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가지고 당을 만들고 깨고 하는 것은 좀 앞으론 안 했으면 좋겠다"며 여권 일각의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원가공개 적극 추진…후분양에는 신중
  
  노 대통령은 두 시간 남짓의 녹화시간 동안 대체로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회 양극화, 부동산 문제 등 민생 경제 분야에 대해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 국민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을 반복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강남 잡겠다고 대책을 세우다가 강남은 더 들썩하고 강북도 전세값이 앙등하는 등으로 내 주위 많은 사람들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고 단정짓고 있다"는 한 시민논객의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아직 결판이 다 나지 않았다"며 '미리 사 놓은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부동산 사는 사람들은 절대로 성공 못한다"고 단언했다.
  
  "정부가 금년 1월만 해도 판교 분양가가 10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분양가는 거의 두 배인 1800만 원으로 뛰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린다"는 손석희 진행자의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환경부에서 용적률을 낮춰서 땅값이 크게 오른 것이 핵심이고 채권입찰은 그 채권으로 공익적 사업에 쓰는 것이라 또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은평 뉴타운 분양을 연기하고 후분양을 결정하며 정부에도 후분양으로의 법개정을 요구하겠고 밝힌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극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지금은 반대할 수 가 없다"며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공개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고 많은 시민사회에서 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원가 공개는 아주 복잡한 여러 가지들이 엉켜 있어 '좀 신중하자'는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지만 이제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비전 2030과 관련해 "왜 지금(임기 후반에) 이걸 내놓느냐지만 대통령이 안 내놓으면 야당에서 내놓든지 여당에서 내놓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절박하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스웨덴에서 사민당이 패배해 복지모델도 실패한 것'이라는 식의 일부 언론과 야당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스웨덴 모델과 비교할 수도 없다"며 "우리의 사회복지서비스 지출 비율이 4분의 1이 조금 넘는데, 비교하는 것 자체가 한심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대학교 졸업반인 한 학생이 "청년실업을 다루는 정부 부서가 11개이고 관련 예산이 2조4700억 원이라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노 대통령은 "'그거 왜 효과가 안 났느냐'지만 그것마저 하지 않았으면 훨씬 더 나빠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한국의 일반 실업률이나 청년 실업률이 OECD 국가 중에서는 아주 낮은 쪽"이라며 "물론 비정규직이 많고 (일자리의) 품질이 아주 낮은 쪽이지만 그냥 통계로만으로는 아주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품질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코 나는 좋다고는 말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한 경찰관의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제가 제일 아픈 부분"이라며 "대통령이 된 이후 양극화 부분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약간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비정규직 숫자도, 영세자영업자 숫자도 더 늘었다"면서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최저생계비를 높이면 기준점이 높아져 절대빈곤 숫자가 늘어나게 되어 있다"며 "실제로 절대빈곤이 더 늘었는지 아닌지는 이제 좀…"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미리 알았다"
  
  미국 순방에서 대북 추가제재의 유예를 요청했는지 정확하게 알려달라는 주문에 노 대통령은 "공식 회담에서 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도 "폴슨 재무장관을 만나서 방코델타아시아 조사가 왜 그리 오래 걸리냐고 물었더니 '특별한 의도나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그것(대북제재) 때문에 6자회담이 중단되어 있으니까 좀 조사가 빨리 마쳐졌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외교안보팀이 구상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한 노 대통령은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처럼 북미 간에 대화하는데 대화하지 말라고 딴소리 하고 있다가 덜컥 짐만 지는 것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1차 북핵위기 당시 남북대화는 경색되고 북미대화를 통해 합의가 도출되면서 결국 경수로 건설 부담을 가장 많이 지게 된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 북한도 알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아직 표명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 방문 전에 북한에 알렸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예"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핵실험 강행 시 대북 군사적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미국 측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어떻든 간에 북한이 먼저 무력행사를 하기 전에 누구도 북한에 대해 무력행사를 하는 것은, 북한을 넘어 한반도 전체에 초래할 결과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사회자가 "결국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과 깊은 연관이 있고 미국의 전략적 입장에 의해 우리가 작통권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노 대통령은 "어떻든 제 입장에서는 명백하게 '우리의 의지'"라며 "미국 생각하고 '우연히' 맞아 떨어지니까 '미국 기분 맞춰주는구나' 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고만 말했다.
  
  미국의 전략적 방어 개념의 변화에 따라 당연히 벌어져야 됐던 일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자꾸 질문하시면 저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따금 한번 회의나 하는 국회에 문서공개 필요하냐?"
  
  노 대통령은 한미 FTA와 관련해 여전히 강한 의지를 과시했다. 여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을 통제하던 시절을 벗어났다는 의미에서 진일보이지만 진이보, 진삼보하자면 그렇게 안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졸속추진인 데에다가 국회에 제대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2003년부터 준비했고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의사표시한 것은 2004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지시한 것은 2005년 5월"이라며 "졸속이라고 보면 졸속이겠지만 우리는 충분히 검토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1, 2월에 우리(정부)가 한미 FTA 문제를 제기했는데 국회가 7월 하순에 특위를 만들었다"며 "6개월 동안 바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국회가 뭐 밤낮 없이 논의를 하고 있냐? 이따금 한번 회의를 열어가지고 서류 안 보여준다고 논쟁할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제일 바쁜 데는 협상팀"이라며 "키 높이만한 문서를 의원님들이 어떻게 다 보시겠냐. 의미 있는 것으로 정리해서 따져볼 만한 자료는 우리가 다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를 상대로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는 듯한 느낌을 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내가 보고 받는 만큼 다 공개하도록 지시하겠다"는 이전 발언과 180도 다른 것이다.
  
  "최악의 경우 협상을 접을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 대통령은 "자꾸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보고 질문하지 말라"면서 "최대한 전략적 사고를 통해 협상을 하고 맨 마지막에 정말 결정이 어려울 때 (최후의 결정을) 대통령한테까지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마무리에 "마지막으로 꼭 한마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달라"는 요청에도 노 대통령은 "1994년 우리나라가 WTO를 수용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겠느냐"며 "25개 국가가 미국에 FTA 체결 의사표시를 했고 그 중에 두세 개 결정되는 가운데 한국이 채택된 것인데 , 그 25개 국이 왜 미국과 FTA를 하려고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KBS와 단독회견에서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FTA 문제를 언급했었다.
  
  "승리와 패배에 매몰된 선거용 정당은 안 될 말"
  
  중도개혁세력 통합론 등 여당 내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해 노 대통령은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라며 "말해야 하는 영역이 있고 피해야 하는 영역이 있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되는 영역으로 판단한다"고 운을 뗐지만 부정적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정책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당을 같이 하고, 정책을 달리하는 사람들은 따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지만 대연정은 정책이 아주 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시기에 전술적, 전략적으로 적절치 못했을 뿐이지 내가 제안했던 것(대연정)은 얼마든지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이제는 해당이 없게 됐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노 대통령은 "승리, 패배에만 매몰돼 가지고 당을 만들고 깨고 하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선거용 정당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당 안에서도 이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해)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정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녹화된 이날 방송에서도 노 대통령은 특유의 달변과 논리를 과시했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원가공개 등에 대해서 "국민들과 시민사회가 원하니 용인하겠다"며 전향적 자세를 취했지만 "일자리 질이 낮아서 그렇지 실업률은 낮다" "환경부 때문에 판교 분양가가 올랐다. 판교 아파트 채권으로는 좋은 일에 쓴다" "최저 생계비가 오르고 기준이 높아져서 절대 빈곤층이 늘었다"는 등 특유의 독특한 논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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