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13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건시정 종식 선언한 박원순 시장이 토건시장이 되려고 한다"며 지난 8일, 서울시가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을 2종에서 3종으로 종 상향해 용적률을 최대 285%까지 허용하기로 한 결정을 비판했다.
1980년대 준공된 가락 시영아파트는 6600가구의 5층 저단지로 2000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주민 간 마찰과 소송, 사업성 문제 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2005년, 사업 진행을 위해 용적률 상한을, 즉 종 상향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용적률이 늘어나면 층수와 가구수가 같이 늘어나고 그만큼 개발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말 제출한 종 상향 요구를 이명박 전임시장은 반려했고, 오세훈 전임시장도 이를 반려했다. 그러다 박원순 시장이 종 상향을 허용한 것.
▲ 경실련은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일 발표한 가락 시영 재건축 단지의 종 상향 허용을 비판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꺼져가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다시 생길 것"
경실련은 "가락 시영 재건축단지의 종 상향 요구는 도시환경 파괴 및 개발이익 환수조치 미비 등의 이유로 번번이 서울시에서 반려, 지금까지 추진되지 못해왔다"며 "그만큼 중대한 사안을 취임 두 달도 안 된 박원순 시장이 시프트(장기전세주택) 확보를 명분으로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번 서울시의 결정으로 장기전세주택이 이전 대비 959세대가 추가돼 총 1179호의 시프트가 확보됐다.
경실련은 "하지만 도시환경과 용적률을 결정짓는 종 상향은 도시계획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정책으로 시프트 확보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될 수 없다"며 "시프트와 맞바꾼 종 상향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번 결정이 주변 재건축 지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제 여타 재건축, 뉴타운 개발 사업들도 형평성을 제기하며 종 상향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며 "결국 꺼져가는 거품과 투기가 종 상향 허용으로 인해 다시 조장될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이 서민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성달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가락시영은 도급제가 아닌 확정지분제로 시공사인 삼성과 현대가 지분을 가지고 시공자로 선정됐다"며 "결국 이전까지만 해도 사업성 부실로 사업이 좌초될 위기까지 갔던 재건축 사업이 종 상향으로 수조원의 개발이익이 발생, 토건재발, 강남부자에게 엄청난 특혜를 베푼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확정지분제란 아파트 재건축 때 시공사가 모든 사업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으로 조합원의 부담을 없애는 대신 일정 지분 이상의 모든 이익은 개발사의 몫이 된다.
김 국장은 "가락 재건축 결정은 여기뿐만 아니라 재건축이 추진 중인 사업은 물론 뉴타운 등 개발 사업에서도 종 상향을 요구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도시환경 파괴는 물론 꺼져가는 거품까지 다시 조장될 수박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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