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연합뉴스>와 가진 특별회견은 작통권, 한미 FTA에 국한됐었지만 이번 회견에서는 부동산, 비전2030 등 국내 경제 문제에 대한 내용도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31일 밤 10시 KBS를 통해 방영될 이 회견(30일 녹화)에서 노 대통령은 현안에 대한 그간의 견해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정도였지만 그 강도는 한층 더 강해진 느낌이다.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의 보도양태를 비판하면서 "전혀 아무 상관도 없는 얘기들을 얽어 가지고 여하튼 '노무현 대통령 흔들고 보자' 이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바다이야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
노 대통령은 '바다이야기'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한테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음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진작 그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은 대체로 위로 수준의 사과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정책적 책임이라든지 오류에 대한 책임으로서의 사과는 좀 더 신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제도의 허점과 산업 정책, 규제완화 정책, 그리고 도박 단속 이런 것들의 부실, 이 모두가 뒤엉켜서 아주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책임이 조금씩 다 모아져서 크게 돼 버린 것이어서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총체적 책임론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결론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비싼 수업료를 낸다고 생각하고 좀 인내해 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대책을 세우겠다"며 "반드시 이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정부가 마무리를 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숨은 쉬고 살아야…최소한 자기 방어할 권리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다이야기'파문과 관련해 "게이트는 아니다. 그 문제는 걱정할 필요없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이날 회견에서는 그 부분을 피해나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대통령도 최소한 자기 방어를 할 권리는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얼마만큼 부정이 있었냐, 게이트가 있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검찰이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으니 끝나는 대로 의견을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력형 비리는 아니다'는 대통령 발언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노 대통령은 "가이드라인은 아니고 최소한의 자기 방어 권리"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옛날에는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싶으면 대통령이 은밀히 사인을 주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가이드라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말 듣고 수사의 수준을 맞추는 검찰은 이미 없어졌다"고 단언했다. 노 대통령은 "가이드 라인을 준 거 아니냐고 해석 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으로서도 최소한 자기 방어를 할 권리는 있다"며 "조카 이름도 마구 떠오르는데 자기 해명 정도는 허용이 되어야 대통령도 숨을 쉬고 살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
"'무슨 소리냐'고 화내겠지만 경제와 민생은 별개"
경제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주가가 취임할 때 보다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가 있으니 '경제는 정상이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민생 문제에 대해 시원하게 풀지 못해서 대통령으로 안타깝고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도 "가려서 밝힐 것은 좀 밝힐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물가, 수출, 외환보유고 그리고 성장률이 아주 좋거나 또는 정상으로 가고 있다"며 "하루하루 살기 어려운 분들은 '지금 대통령이 무슨 소리하냐'고 화를 낼지 모르겠는데 경제가 좋아도 민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그것이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 소위 양극화 현상이라는 일반적이고 오래된 현상이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사회 복지 서비스, 공공서비스 등 사회적 일자리를 발굴하고 있다"며 "이것도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서 한 2년간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비전 2030'은 "얼른 보면 사회복지 정책, 장기비전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제사회를 포괄하는 장기국가 발전 전략"이라며 "국민들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 정책에 대해 입장을 정하고 국민들과 대화해 국민들이 결정하면 시행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이 비전 2030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셈이다. 듣기에 따라 이 문제가 대선 아젠다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작통권은 주권 사항…대통령도 어디서 스카우트 해오라 그러지"
작통권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은 직설적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작통권 환수에 대해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말하겠는데 한나라당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작통권 환수 계획을 세운 노태우 대통령, 평시작통권을 환수한 김영삼 대통령 모두 한나라당 정부의 대통령이었다며 "그때 그 사람들은 '자주국가, 국민적 자존심' 이런 말을 했고 '제2창군'이라고 스스로 말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일부 신문이 문제'라면서 "이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여하튼 '노무현 대통령 흔들고 보자'이거 아니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작통권은 주권의 핵심적 사항이라고 강조하며 "왜 우리나라 대통령은 어디서 스카우트 해 오지… 대통령은 외국인 안 데려오지 않냐?"고 되묻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 아무런 문제 없다"며 "참여정부 들어와서 한미관계가 나빠졌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을 가서 만나보니까 만날 때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작년 6월에는 가서 작계 5029 문제, 전략적 유연성 문제, 그 밖에 아주 민감한 문제들을 부시 대통령 만나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와 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서 전략적 유연성을 포함한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왔을 뿐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본, 중국이 먼저 FTA하면 '노무현은 뭐 하냐'고 비난 할 것"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한-칠레 FTA, 대우차 GM 인수 등은 지금 돌아보면 다 잘됐는데 그거 반대하는 사람들이 또 일만 생기면 반대투쟁에 맨 앞장서고 있다"고 反FTA 진영에 대해 극심한 반감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FTA 하는 나라는 성장률도 다 높고 수출도 늘어나고 빈부격차도 작은데 안하는 나라들은 모든 지표들이 다 나쁘다"고 주장하며 "(한미 FTA의) 실익이 '얼마나 생기냐'고 묻지 말고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이나 중국이 미국하고 먼저 FTA 교섭을 한다면 '노무현이 뭐 하냐?'고 엄청난 비난이 빗발칠 것"이라며 "한 발 앞서가야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지 뒤 따라가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한국 사람에 대한 믿음도 좀 가지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사실이 아닌 것은 바꾸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마무리 지었다.
이 회견은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됐지만 녹화 편집을 통해 한 시간 가량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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