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은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서 내에서 강압적인 수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비인권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직접 인권침해를 받은 당사자들이 참석했다.
대학생 72명은 10일 밤 9시께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전원 연행, 서울 9개 경찰서에 분산돼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묵비권을 행사했고 이들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의 소지품 및 핸드폰 등을 압수했다. 대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10일 밤 청계광장에서 반값등록금 실현 국민촛불행동 집회를 마친 대학생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바닥에 누워 시위를 하다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속옷 탈의 요구한 게 이상행동 때문? 거짓말하고 있다"
특히 광진경찰서의 경우 여학생에게 브래지어를 탈의하도록 종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광진경찰서는 이를 두고 15일 브리핑을 통해 "다른 여학생은 순순히 경찰의 주문에 따랐지만 유독 해당 여학생만 이상행동을 보여 (자살을 우려해) 그렇게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진경찰서는 "조사 과정에서는 여학생이 탈의 후 자신의 외투를 요구해 여자 경찰관 입회 하에 가디건을 착용하고 조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진경찰서는 "다른 여학생들에게는 브래지어를 탈의토록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경찰서에 연행된 7명의 여학생 중 A씨에게만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와 함께 연행돼 조사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던 B씨는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광진경찰서는 A씨가 특이 행동을 해 속옷을 탈의하도록 했다고 하지만 A씨는 전혀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B씨는 경찰이 다른 여학생들에게 속옷 탈의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두고도 "거짓말"이라며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신체검사 과정에서 속옷 탈의를 경찰이 요구했지만 반발하자 이러한 요구를 철회했다"고 증언했다.
B씨는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며 "또한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경찰 수준 보여준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답답하다"며 "2011년 현재에도 여성에게 속옷을 벗게 하고 수사관 앞에서 조사를 받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2000년 당시 변호사로 일할 때, 이와 거의 비슷한 일을 겪은 여성의 소송을 맡아 손해배상을 받아낸 적이 있다"며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결국 경찰은 공포심으로 대학생들의 의지를 누를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며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마지막 수단임에도 이것을 그날 연행된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일들은 한국 경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게 해주는 척도"라며 "경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국장은 경찰이 여대생에게 속옷을 탈의하도록 한 것을 두고 "수사라는 것은 최소한 범위 내에서 진행되어야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 도가 지나쳤다"며 "자살 방지라는 명목 하에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 10일, 한대련은 청계광장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허환주) |
"대학생 기를 꺾으라는 지시 있었던 건 아닌가"
한대련은 "72명의 대학생들에게 가해진 강압적인 수사와 반인권적 수사가 비슷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아 '반값등록금 촛불을 든 대학생들을 겁박해 기를 꺾으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권과 경찰이 대학생들을 겁주어 촛불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완전한 오산"이라며 "경찰의 불법집회 타령과 거듭되는 연행에도 대학생들의 의지는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분명히 처벌해야 한다"고 "또한 경찰은 대학생과 모든 국민에게 분명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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