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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ㆍ추위보다 더 무서운 건 철거 용역들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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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ㆍ추위보다 더 무서운 건 철거 용역들 발소리"

[현장] 1주일만에 다시 찾아간 상도4동 철거현장엔…

4월 25일 새벽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한 무리의 철거 용역들이 들이닥쳤다. 잠을 자던 이들, 등교 준비를 하던 학생들, 출근 준비를 하던 부모들이 옷도 갈아입지 못 하고 끌려 나와 정든 집의 집기들이 철거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보도한 프레시안은 1주일이 지난 2일 현재 상황은 어떤지 다시 찾아가봤다.<편집자>

☞ 관련기사: "짐 쌀 10분도 못 주나" 엄마는 오열, 반팔로 쫓겨난 딸들은… [현장]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새벽' 25일 상도동에선 무슨일이?

검은 티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은 20대의 건장한 청년 5명이 일렬로 서서 상사로 보이는 사람에게 육두문자가 섞인 욕설을 듣고 있었다. 하나같이 덩치가 씨름선수 수준이었다. 하지만 열중 쉬어 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질타를 고분고분 듣고 있었다.

"XX아, 똑바로 안 할래?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는 곳은 표시를 해 놓으라고 했잖아. 정신 똑바로 안 차릴래? 죽을래?"

서울시 동작구 상도4동 재개발 지역 철거를 맡은 용역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25일 새벽, 이곳 세입자들을 쫓아낸 이후에도 여전히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아직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는 래커로 동그라미를,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는 엑스를 그려 놓았다.

서효성 빈민해방철거연합 세입자대책위 국장은 "지난 번 집기를 철거 한 후에도 어디 갈 곳이 없는 세입자들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왔다"며 "하지만 용역 업체들은 사람들이 다시 들어온 곳을 일일이 확인한 뒤 이들이 살지 못하도록 벽과 지붕 등을 부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용역들이 부숴놓고 간 벽. ⓒ프레시안(허환주)

"용역들 발소리가 무섭다"

윤외수(54) 씨도 지난 25일 새벽에 용역들에 의해 쫓겨난 뒤 다시 이곳에 와서 살고 있다. 하지만 생활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용역들이 자신의 집기를 모조리 철거하면서 문과 벽 등도 해머로 부숴놓았기 때문이다.

봄이라 낮에는 괜찮지만 밤이면 찬바람이 구멍을 통해 들어와 잠을 자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나마 임시로 구멍에 천막을 쳐 바람은 막았지만 추운 건 여전하다. 가전제품도 모조리 빼앗겨 밥도 해먹지 못한다. 인근 교회에 가서 얻어먹는 상황이다.

용역 직원들이 전기도 끊어서 밤에는 촛불을 켜고 생활을 한다. 무엇보다도 혼자서 폐허나 다름없는 이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가장 '불편'하다. 밤이면 바람 소리 말고는 들리는 소리란 없다. 윤외수 씨는 "집도 다 부서진 곳에서 살려니 정말 무섭다"며 "하지만 어디 다른 곳에 갈 수 있는 돈도, 친한 친척도 없기에 이렇게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혼자 있다는 것도 무섭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건 바로 용역 직원들이었다. 윤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용역들이 힐끔 힐끔거리며 사람이 살고 있는지 살피고 지나간다"며 "잠시라도 집을 비웠다간 그나마 있는 벽도 용역이 부술까봐 어디 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전에는 배달업에서 종사했지만 집이 철거된 후에는 일을 나가지 못하는 상태다.

철거 용역 직원들은 '반파'된 집에 다시 돌아와 살고 있는 철거민들을 또다시 쫓아내기 위해 철거민들이 집을 비운 사이를 틈타 해머 등으로 아예 집을 부숴버리고 있다. 서효성 국장은 "어제 새벽에도 노인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 용역들이 들이닥쳐 깡그리 부숴버렸다"고 말했다.

▲ 철거된 현장은 폐허가 됐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우리는 대체 어디서 살아야 하나요"

이은숙(가명)도 25일 쫓겨난 뒤 다시 이 곳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자신의 집은 아예 사람이 살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다른 철거민이 나간, 그나마 멀쩡한 빈집에서 기거를 하고 있다.

이 씨도 용역들이 두렵긴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항상 5명씩 짝을 이뤄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며 "가끔 해머로 벽을 부수는 소리가 나면 가슴이 떨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누군들 이런 곳에서 살고 싶겠냐"며 "돈이 없으니 별수 없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집도 문제지만 당장 사용할 생필품이 없는 것도 문제다. 박원숙(가명) 씨는 "집에서 쫓겨난 뒤, 가전도구도 모두 빼앗겼다"며 "동사무소에 가서 도와달라고 했지만 동사무소에서는 '재해로 인한 이재민이 아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대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디 가서 우리의 지금 현실을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답답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서효성 국장은 "34가구에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철거 용역 직원들은 막무가내로 철거를 단행했다"며 "이로 인해 갈 곳이 없는 철거민들은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 이 곳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국장은 "하지만 용역들은 이마저도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은 대체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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