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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쌀 10분도 못 주나" 엄마는 오열, 반팔로 쫓겨난 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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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쌀 10분도 못 주나" 엄마는 오열, 반팔로 쫓겨난 딸들은…

[현장]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새벽' 25일 상도동에선 무슨일이?

"이런 경우가 대체 어디에 있어? 내가 간단한 짐만 챙기게 10분만 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그것도 안 해줘서 이 모양, 이 꼴로 길바닥에 나앉게 하는 거냐? 이 죽일 놈들아."

한 50대 여성이 대로변에 철퍼덕 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가 앉은 길바닥에는 고추장통을 비롯해 옷가지, 가재도구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딸은 자다가 뛰쳐나왔는지 '추리닝'에 반팔만 입은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반면 오른팔에 '집행'이라고 적힌 노란 완장을 찬 30대 젊은이들은 집 안에 있는 집기를 들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여성은 "새벽에 철거를 할 거면 그렇다고 이야기를 해 주던가,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고 이렇게 갑자기 철거를 하는 경우가 세상 천지에 어디에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딸은 고개를 돌린 채 눈물을 닦았다. 이 여성은 "애들이 학교에 가야 하는데 지금 이 꼴로 어디를 갈 수 있겠냐"며 "잠바는 고사하고 지갑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 철거민 한 명이 자신의 집에서 철거 업체 직원들에 의해 끌려 나오고 있다. ⓒ김종철 진보신당 동작구 위원장

새벽에 잠자던 상도동 철거민들 집기 강제 철거돼

25일, 새벽 6시께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재개발지역에 살던 세입자들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2007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기 전만 하더라도 300여 세대가 살던 곳이었지만 불과 4년도 안 돼, 현재 살고 있는 가구는 34가구로 줄어들었다.

그간 철거업체 직원들의 폭력 등으로 겁에 질린 주민 대부분은 이주비용 100만 원만을 받고 이 곳을 떠났다. 이곳의 평균 보증금은 200~500만 원이다.

현재 이 곳에는 76채의 집이 있다. 나머지 집들은 모두 철거됐다. 이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34채. 철거업체는 이 34채에 들어 있는 집기를 이날 모두 대형 트럭에 실어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나머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집은 해머로 벽과 문, 화장실 등을 부쉈다. 다시는 사람이 들어와 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상도4동 일대는 양녕 대군을 모시는 사당인 '지덕사' 소유였다. 지덕사에 토지 이용료를 내고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살던 게 지금의 상도4동 철거 지역이다.

2007년 주택재개발구역 지정 후 지덕사는 시행사로 A사를 선정했고 이 곳 주민들은 주택재개발 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날 철거 업체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집기를 철거하는 이유다.

"당장 오늘 밤은 사우나에서 자야 할 듯"

이날 철거를 위해 투입된 용역 직원은 약 600여 명. 새벽 3시부터 이들은 상도4동 재개발 지역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주민들이나 기타 진보 단체 인사들이 이곳에 들어가는 걸 제지했다.

"세상이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기가 막혀서… 세상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들과 둘이 살고 있던 김선찬(60) 씨는 속옷에 운동복 하나만 걸친 채 담배만 연거푸 태우고 있었다. 그는 불과 20분 만에 모든 가재도구와 옷가지들이 사라져버린 자신의 집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김 씨는 "새벽 6시께, 잠을 자는 데 '철거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건장한 젊은이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일사천리로 모든 물건을 가져갔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무엇 하나 남은 게 없다"며 "복장도 자다가 일어난 상태 그대로"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직장에 출근한 아들에게 옷 한 벌만 사오라고 했다"며 "오늘 밤 당장 어디 가서 자야 할지가 걱정이다. 졸지에 아들이랑 사우나에서 자게 될 판"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시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드는 게 목적"

김종철 진보신당 동작구 위원장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집기를 들어내서 다시는 살 수 없도록 하려는 게 이들의 목적"이라며 "하지만 쫓겨난 이들은 당장 오늘밤 잠 잘 곳이 없다. 정말 대책 없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 김 씨가 철거된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프레시안(허환주)


▲ 철거 중인 철거업체 직원들. ⓒ프레시안(허환주)

▲ 철거 중인 철거업체 직원들.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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