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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죽음, 산재는 꿈도 못 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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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죽음, 산재는 꿈도 못 꾸죠"

[복지담론 속 숨겨진 죽음④·끝] 산재사망 OECD 1등 한국, 왜?

일반 대중들에게 '산업재해'라는 용어는 생소하다. 남의 일로만 치부되던가,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일종의 사고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우스갯소리로 "어제도 6명이 죽었고 오늘도 6명이 죽었고, 내일도 6명이 죽지만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고 한다.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정작 언론과 대중들은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심슨가족> 인형을 만들던 태국 장난감회사 '게이더'에서 발생한 화재는 188명의 노동자 목숨을 앗아갔다. '산재추모의 날'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 이 참사는 노동자 개인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사용자가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지 모른다며 공장 문을 잠가 버린 게 이러한 사단을 만들었다. 아무리 개인이 화재에 주의를 기울였다 해도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최근 사망한 삼성 백혈병 노동자들도 작업장의 유해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왜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정작 산업 현장의 작업환경은 변화하지 못하는 걸까. 그간 '복지담론 속 숨겨진 죽음' 기고를 맡아온 임준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과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을 비롯해 김현 퀵서비스 노동자와 허덕범 건설 노동자 등이 좌담회를 열었다.

다음은 27일 열린 좌담회 전문이다.<편집자>


ⓒ프레시안(최형락)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나라"

이상윤(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일반적으로 일하다 다치거나, 일로 인해 직업병에 걸리는 걸 두고 산업재해라고 한다. 여기에는 죽음도 포함돼 있다. 일하다 죽는 건 본인에게 굉장히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이 사회에 미치는, 그리고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하지만 둔감하다. '일하다 죽을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현장에서는 그렇게 죽을 수 있는 일은 없다.

허덕범(건설 노동자): 건설 현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 다친다. 최근 사례로 잘 알려진 4대강 사업의 경우 19명이 사망했다. 원인은 건설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지을 경우, 시공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낙찰제를 통해 선정된다. 시공사는 무더기로 참여한 업체들 중, 얼마나 저비용인지, 공사 기간을 얼마나 단축하는지 등을 따져서 업체를 선정한다.

그렇게 선정된 하도급 업체는 다시 사업권 입찰을 붙이고 또 그 아래 하도급 업체는 이를 또 붙이면서 그 사이에서 이익을 챙긴다. 정작 실제 공사를 하는 업체의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은 떨어뜨리고, 안전보호 장치 등을 소흘히 할 수밖에 없다. 돈 때문이다. 하청 소속으로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 다칠 경우, 그 책임은 원청이 져야 한다. 원청은 노동자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안전 복원 책임도 원청 사업자에게 있다. 하지만 그런 책임을 지는 원청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상윤: 건설은 특성상 프로젝트로 산재보험을 하고 있다. 특정 공사 기간 동안만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그 산재보험료는 원청이 내야 한다.

허덕범: 말 뿐이다. 그 비용은 다 하청에서 내야 한다. 안 그러면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 임준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임준(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
: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은 OECD 평균보다 3배나 높다. 사망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일반적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문제에 있다.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설치하지 않으니 추락사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에 대한 보완은 없다. 추락사가 그렇게 일어나는 데 추락 망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는 다단계 하도급 때문에 발생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법적으로 원청 사업주가 안전을 책임지게 돼 있지만 그것을 돈 때문에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허덕범: 이런 부분도 있다. 기계공 노동자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정 부분 일을 하다가 어떤 사정에 의해 그곳 일을 그만뒀다고 치자. 그럼 다른 사람이 이 사람의 자리를 채우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거의 백발백중 사고가 발생한다. 새로 온 사람은 그 현장을 잘 모른다. 더구나 전임 노동자가 뭘 어떻게 해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일을 하다보면 분명히 사고가 발생한다. 인수인계 프로그램이 없는 것도 공사장의 문제다.

이상윤: 현장의 안전은 시스템의 문제인 게 맞다. 현장에서 이런 부분이 위험하고, 이곳은 고쳐야 한다 등을 이야기하고 지시를 내려야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어야 하지만 분절돼 있는 게 현실이다. 어떤 곳에 위험한 게 있다고 해도 아는 사람만 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다치는 구조다.

제조업의 경우 건설 현장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 주목할 부분은 죽는 노동자들은 전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라는 점이다. 원청 노동자는 안 죽는다. 죽는 이유가 의사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 작년 대우조선소에서 난 사망사건의 경우, 위에서 뭔가가 떨어져 아래 있던 사내 하청 노동자가 깔려 죽었다.

원청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죽은 곳이 원래 위험한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곳으로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위험한 곳을 막아놓지도 않았다. 거기다 이곳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체계가 분절돼 있으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사내하청은 교체가 빠르다. 그래서 교육 등이 잘 안 된다. 사망 통계를 봐도 일을 한 기간이 짧은 사람이 죽는 경우가 많다.

▲ 허덕범 건설노동자ⓒ프레시안(최형락)
"산재보험은 꿈도 못 꾼다"

김현 퀵서비스 노동자: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퀵서비스 노동자들도 항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죽기도 많이 죽는다. 하지만 죽어도 이들의 죽음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물론 사고가 나도 산재는 전혀 꿈도 꾸지 못한다.

퀵의 무서운 점은, 우리는 PDA로 호출이 올 경우, 이걸 먼저 클릭하는 사람이 일을 따낼 수 있다. 그래서 운전 중에도 오토바이 앞부분에 부착한 PDA를 자주 본다. 행여 운전 중에 호출이 뜰 경우, 이를 찍기 위해서 한 손을 핸들에서 놓기도 해야 한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앞 차가 갑자기 서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빠른 시간을 요구하는 업체들의 광고도 문제다. 늘 회사에서는 15분 내 픽업을 선전한다. 그렇다보니 속력을 낼 수밖에 없다. 신호라도 걸리면 마음이 급해져 더 속력을 낸다. 그러다보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목숨 걸고 일한다. 그러지 않으려 하지만 자꾸 상황이 그렇게 된다. 급히 시간을 맞추려다 보면 교통 법규도 어기게 된다. 그러다 사고가 날 경우 100% 내 잘못이 된다. 사고가 나도 우린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보험회사에서는 종합보험(대인, 대물, 자손, 자차)을 들어도 자차나 자손은 해주지 않는다. 오토바이 특성상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이유다. 그래서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보험에 가입해도 자신이 상해를 입거나 오토바이가 부서져도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다쳤다고 하면 적용이 안 된다. 그냥 계단에서 굴렀다고 해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배달을 하다 혼자 넘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주위에 있던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119를 불렀다. 그때 나는 구급차 대원에게 괜찮다며 돌려보내야만 했다. 오토바이를 타다 다친 게 드러날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그렇게 한다.

"직업병을 산재 인정? 뭐가 직업병인지도 모른다"

이상윤: 사고도 문제지만 일을 하면서 질병을 얻는 것도 문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이를 간과한다. 질병으로 죽는 이는 많지만 산재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는다. 유해 화학물,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사망하는 노동자의 수는 사고로 인해 죽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프레시안(최형락)
건설 노동자의 경우 온갖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다. 퀵서비스 노동자도 도로 매연 등에 매일 노출된다. 이로인해 사망하는 사람도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직업과 관련한 사망자 수는 엄청나다.

매년 죽는 2200명의 노동자 중 과로사로 죽는 사람이 600~700명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암, 자살, 호흡기 질환, 진폐증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

허덕범: 높은 곳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의 경우 조금만 누군가 건드려도 깜짝 놀란다. 항상 극도의 긴장을 하고 일을 한다. 전기공의 경우, 전기 하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하루종일 일을 한다. 온통 암흑인 곳에서 일을 하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게 매일 반복되니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다.

이상윤: 서비스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요즘 특히 인원 감축이 심하다보니 한 사람이 여러가지 업무를 봐야 한다. 한 사람이 고객 면담부터 서비스 제공까지 다 해야 한다. 일인 다기능화다. 그러다보니 회사에 나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결국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스트레스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생산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 속도에 사람이 맞추는 것도 스트레스다. 거길 따라가지 못하니 제조업 노동자들도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김현: 퀵서비스의 경우 핸드폰, 무전기 등 총 5개의 이어폰을 귀에 꽂아야 한다. 언제 호출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전기의 경우 하루 종일 소리가 나온다. 그걸 듣고 있노라면 나중에는 귀가 잘 안 들린다. 이건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계속 무전을 듣다보면 내 차선으로 끼어들려는 차가 경적을 울려도 못 듣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매연 문제도 심각하다. 초창기 퀵서비스를 할 때, 겨울만 되면 버스 바로 뒤에 딱 붙어서 오토바이를 운전했다. 버스는 뒤에 엔진이 있어 따뜻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렇게 안 하지만 그땐 그렇게 했다. 매연의 위험도 잘 몰랐었다.

방진 마스크를 쓰긴 하지만 그것도 사용하기가 참 어렵다. 사무실에 물건을 주러 들어갈 경우, 방진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면 다들 이상하게 본다. 그러면서 회사에 전화해 '저 사람 보내지 말라'고 불만을 제기한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사무실 들어갈 때 마스크 벗고, 나올 때 다시 쓰고…. 이런 거 하기도 무척 어렵다.

문제는 본인들도 이게 직업병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하기야 직업병이라 한들 어디가서 보상을 받을 수 있겠나.

"노동자 건강권 보호해야 하는 정부, 손 놓고 있어"

이상윤: 상황은 심각하지만 정작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별로 이런저런 대안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봐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기업이 자기 책임을 다하도록 강제하는 게 필요하다. 그걸 강제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시스템을 만들자 사망율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나라에 비해 지도·감독 횟수가 적다. 근로감독관 수도 적다. 인프라가 약한 셈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정부가 이런 규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법이 있어도 규제하는 곳이 없으니 자기 맘대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이 고쳐야 되는 부분이다.

▲ 김현 퀵서비스노동자. ⓒ프레시안(최형락)

노동구조 자체도 문제다. 간접고용, 하청용역이 늘어나는 게 문제다. 노동구조 자체의 변화가 절실하다. 제조업의 경우 위험한 작업은 다 하청에게 주고 있다. 암 발생이 우려되는 도장공장의 경우 다 하청업체에게 준다.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이에 대한 개혁이 절실하다.

김현: 일본의 퀵서비스는 잘 돼 있다. 일본은 100% 월급제다. 오토바이도 회사 소유다. 오토바이도 cc별로 반경 5km는 50cc로, 5km 이상은 125cc 등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아침에 퀵서비스 배달원들이 출근하면 오토바이 정비부터 한다. 빨리 가야 한다는 강박증도 없다. 회사에서 지시를 하기에 운행 중에 PDA를 찍어야 할 필요도 없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퀵서비스가 법제화되지 않아 문제다.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야 현재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상황은 대안이 없다. 모든 대안은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 다음에 나온다.

임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배를 가장 빨리 만든다. 건물도 빨리 짓는다. 그걸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는 정말 잘못됐다. 빨리 하는 걸 능력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건 능력있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의미한다.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 노동자의 목숨 등을 소흘히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혜를 받는 건 소수 사용자들뿐이다.

이상윤: 사람들은 말한다. "어차피 건설 현장은 위험하니 사람이 죽는 건 당연한거 아니냐", "배 만들고 집 만들려면 그 정도는 죽어야 하는거 아니냐", "퀵서비스도 오토바이 타는 게 위험하니 죽는 거 아니냐. 안 타면 되지 않냐"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집 짓고, 오토바이 타고 다녀도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많이 죽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도 위험하면 우리처럼 죽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이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임준: 산재 사망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속도를 부추기는 사회구조가 문제다. 이걸 어떻게 멈춰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정치권력인 '포크레인' 정부를 먼저 멈춰야 하지 않나 싶다.

☞복지담론 속 숨겨진 죽음 기획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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