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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영라디오 NPR, '거짓 후원금'의 함정에 빠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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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영라디오 NPR, '거짓 후원금'의 함정에 빠진 CEO

[최진봉의 뷰파인더] 미 보수진영의 치졸한 '토끼몰이'

지난 3월 초 미국의 유일한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의 비비안 쉴러(Vivian Schiller) 사장이 갑자기 사임했다. <뉴욕타임스>의 선임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 2009년 1월부터 NPR 사장으로 재직해온 쉴러 사장은 재임기간 동안 다른 언론사들이 해외 지사를 철수시키는 상황에서도 17개 해외 지사를 운영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뿐만 아니라 쉴러 사장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떠오른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청취율 향상에도 관심을 쏟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등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NPR의 프로그램을 쉽게 청취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온라인 청취율 향상에도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주간 평균 3400만 청취자들이 NPR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약 1700만 청취자들이 NPR의 프로그램들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과로 인해 쉴러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그 능력을 인정 받아왔다.

보수 진영의 가짜 후원금 미끼에 낚인 공영 라디오

이처럼 능력을 인정받던 쉴러 사장이 갑자기 사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부하직원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NPR의 기금모집 담당 임원이었던 론 쉴러(Ron Schiller)가 사석에서 나눈 이야기를 보수진영이 계획적으로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미국 보수진영의 맹비난을 받아 결국 비비안 쉴러 사장이 사임하게 된 것이다. 평소 공영방송인 NPR의 진보적 성향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보수적 성향의 몰래 카메라 전문 촬영가 제임스 오키피는 두 명의 이스람인을 고용해 이들에게 무슬림 형제단 소속의 '무슬림 교육행동센터' 간부로 행세하라고 부탁하고, 이들에게 NPR에 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기부금을 지원하겠다고 속인 후 론 쉴러를 만나라고 지시했다.

공정한 방송을 위해 광고방송을 하지 않는 NPR은 1년 예산 1억6000만 달러 중 겨우 2%정도만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기업이나 단체 또는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금모집 담당 임원인 론 쉴러에게 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나선 거짓 후원자 함정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이날 만남에서 론 쉴러는 사적 입장임을 전제로 미국 보수주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와 공화당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존 쉴러는 "지금의 공화당은 진정한 공화당이 아니며, 외국인 혐오주의자들인 티파티 운동 지지자들에게 납치된 상태"라고 비판하고, "공화당은 반 지성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티파티 운동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인종주의 성향이 정말 심한 사람들" 이라고 말했다.

존 쉴러와 두명의 가짜 기부자들이 사석에서 나눈 대화는 고스란히 몰래 카메라로 촬영되었고, 지난 3월8일 제임스 오키피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베리타스 '(www.theprojectveritas.org)라는 웹사이트에 올려졌다. 결국, 보수주의 정치인에 의해 계획된 몰래 카메라로 인해 NPR에 대한 공화당과 티파티 운동 지지자 등 보수진영의 비난이 빗발치게 되자 몰래카메라 영상에 찍힌 기금모집 담당 존 쉴러와 NPR의 최고경영자인 비비안 쉴러 사장이 사임하게 된 것이다.

한편 미국의 보수진영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NPR에 대한 총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진보주의적인 성향의 NPR에 정부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공화당을 포함한 미국의 보수진영은 NPR에 대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번 몰래 카메라 사건을 계기로 한걸음 더 나가 NPR에 대한 정부지원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치졸한 공영방송 흔들기, 전 세계 공통?

사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폭스뉴스에 출연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것이 문제가 되어 NPR에서 해고 당한 요한 윌리엄스(Juan Williams) 사건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NPR 해설위원이었던 월리엄스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비행기에서 이슬람 교도 복장을 한 사람을 보면 불안하고 겁이 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NPR로부터 해고당했다. 그러자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의 보수단체들은 윌리엄스의 해고처분이 부당하다며 NPR에 거세게 항의했다. 즉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NPR이 미국내 보수세력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몰래 카메라 사건도 진보적인 성향의 NPR에 대한 공격을 위해 보수진영에서 치밀한 계획을 통해 만들어 낸 공작 중 하나다.

미국 전역에 797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는 NPR은 미국 국민들에게 가장 공정한 방송으로, 지식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송으로, 그리고 전국의 청취자들에게 꼭 필요한 방송으로 정평이난 공영방송이다. 그런데, 미국의 보수단체들은 자신들의 정치이념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속임수와 치졸한 방법을 동원해 공영방송을 궁지에 몰아넣고 예산지원을 무기로 공영방송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수단과 방법은 달라도 정치권력의 언론 장악 시도는 어느나라에서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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