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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왜 유리창 속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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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왜 유리창 속에 있어요?"

[현장] 한파 속 천막 생활…용산 참사 2주기, 아직 그들은

천막 안은 한낮임에도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내딛는 발걸음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10년 만의 한파로 천막 안은 곳곳에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 말을 할 때마다 나오는 허옇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은 바람만 겨우 막는 천막 안의 상황을 실감케 해주었다. 천막 입구에는 '철거민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17일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에 위치한 아파트 재개발 현장. 이곳에서 624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순렬 단대주거 세입자 철거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2009년 5월 6일 자신의 집이 철거된 뒤 이곳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그였다.

철거민 아들 "아빠가 왜 유리창 속에 들어 있어요?"

시행사에서 주는 이주비로는 다른 곳에서는 사글세도 얻지 못한다. 현재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는 더욱 요원하다.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제대로 된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아직까지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용산 참사 2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 ⓒ프레시안(허환주)
천막은 공사판 나무를 세워 뼈대를 만든 뒤 파란 천막을 덮어 만들어졌다. 바닥은 아스팔트 위에 나무를 대고 그 위에 스티로폼을 올린 뒤, 다시 은박 돗자리를 깔아 만들었다. 영하 17도의 날씨였지만 온열기구는 전기장판 하나뿐이었다. 단대 철대위 관계자는 "그래도 이불을 덮고 누우면 그나마 좀 버틸 만하다"고 웃었다.

세 가구만이 남아 아직까지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싸우고 있었다. 연대를 하러 다른 철거 현장을 가는 것 말고는 늘 이곳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다. 단대 철대위에 따르면 조합 관계자들이 천막을 부수고, 철거민들을 폭행하는 일은 예사였다고 한다. 몇 달 전에는 천막을 철거하려는 조합을 막으려다 단대 철대위 관계자 한 명이 얼굴을 심하게 맞기도 했단다.

그나마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 다툼은 나을지도 모른다. 용산에 연대하러 갔던 김창수 전 단대 철대위 위원장이 '용산 참사'로 인해 징역 4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기 때문이다. 망루에 올라 끝까지 저항한 김창수 전 위원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죄가 적용됐다.

김 씨의 부인 김정분 씨는 그 충격으로 아직까지 신경과 상담을 받고 있다. 10살과 5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큰 아이는 김창수 씨 면회를 갔다가 충격을 받고 한 동안 말문을 닫기도 했다.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는 "김 씨 아들은 수의를 입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왜 아빠가 유리창 속에 들어 있냐'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 단대주거 세입자 철거민 대책위원회 천막. ⓒ프레시안(허환주

"용산 참사는 이명박 정권 속성 그대로 보여주는 것"

오는 20일이면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2주년이 된다. 고인들은 참사 355일 만에 장례를 치르고 마석모란공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또 다른 '용산 참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민주노총 등 106개 단체로 구성된 '용산 참사 2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용산 참사 2주년을 맞아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오는 18일에는 용산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토론회를 진행한다. 강제퇴거의 현장 증언과 강제퇴거 감시단 활동을 보고할 계획이다. 또한 19일에는 2주기 추모 상영회 '용산,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상영한다.

용산 참사 당일 날인 20일에는 마석 모란공원에서 2주기 추모제 및 추모비 제막식을 진행한다. 또한 저녁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2주기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용산 참사 2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는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용산 참사가 발생한 남일당 건물은 사라졌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유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을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실 대표는 "용산 참사는 이명박 정권의 속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힘을 모아 재개발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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