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조합은 이날 용산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에 대한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철거 현장에 있던 고 이상림 씨 부인 전재숙 씨는 남일당이 철거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고 양회성 씨 부인 김영덕 씨도 마찬가지였다. 김영덕 씨는 "진상은 하나도 규명된 게 없는데, 참사가 발생한 건물은 철거된다"며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남일당 건물은 철거되지만, 철거민 정신은 철거될 수 없다"
남일당 건물은 그동안 용산 참사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보존하기 위해, 그리고 세입자 보상 문제로 철거가 보류됐다. 하지만 조합측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고, 지난달 중순 세입자들과의 합의도 완료됐기에 남일당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용산 참사 진상규명과 재개발제도 개선위원회는 1일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진압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채 남일당 건물이 철거되지만, 남일당에 올랐던 철거민들의 정신은 철거될 수 없다"고 말했다.
▲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남일당 건물. ⓒ뉴시스 |
이들은 "남일당은 살인개발 정책과 대책 없는 강제철거에 맞선 철거민들이 망루를 세우고 마지막 생존을 호소한 곳이자 무리한 진압으로 철거민들이 죽은 곳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년여 간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 민중, 시민들이 모여 정의와 인권, 민주주의를 외쳤던 성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남일당의 철거는 용산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철거민들만 구속된 채 살인진압의 현장에 묻히는 것"이라며 "또한 오늘 철거는 개발자체가 잘못이었다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탐욕의 개발이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마지막으로 남일당 앞에서 끝나지 않은 용산 참사의 과제를 끈질기고, 결연히 실현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며 "남일당을 지켜냈던 수많은 이들의 마음과 진실은 결코 철거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남일당 건물은 2009년 1월 20일 경찰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던 곳이다. 진상규명위원회의 전신인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남일당 건물 뒤에 위치한 고 이상림 씨 가게 레아 호프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다 올해 1월 25일 용산 참사 1주기 추모제를 치르고 자진 철수한 바 있다.
남일당 건물이 있는 용산구 한강로3가 63~70번지 일대에는 현재 막바지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포스코 건설 등이 이곳에 주상복합 초고층 건물 6개 동을 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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