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 사건' 강희락 전 청장 구속영장 기각

재판부 "피의자 방어권 제한 우려 있다"

건설현장 식당 비리, 일명 '함바 사건'에 연루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이미 소환 조사를 마친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의 영장 청구는 물론 다른 전ㆍ현직 경찰 간부들의 소환 조사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최석문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오후 늦게 이뤄진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사실에 관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또한 "현 상태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으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은 수사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은 사실상 영장 재청구 방침을 시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희락 전 청장 스스로도 유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4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번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돈을 준 사람은 구속돼 있는데, 받은 사람을 불구속한다는 건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8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경찰관 승진 인사 청탁과 함께 유 씨에게서 1억1000만 원을 수수하고, 지난해 8월에는 유 씨에게 4000만 원을 주면서 국외 도피를 권유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돼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10일 강 전 청장을 소환해 11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으나 강 전 청장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 내용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