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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상 수상자, 현병철 코앞에서 "사퇴하라" 기습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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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상 수상자, 현병철 코앞에서 "사퇴하라" 기습 시위

[현장] "우리가 원한 건 '상'이 아니라 '인권'"

"현병철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이 상을 거부한다."

10일 인권상 시상식 단상에 오른 강재경 인천 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수상 차례가 되자 품속에서 넣었던 가로 30cm 크기의 현수막을 꺼내며 현병철 인권위원장 코 앞에서 이와 같이 외쳤다. 현수막에도 그가 말한 내용과 동일한 글이 담겨 있었다. 순간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내빈석에 앉아 있던 인천 장차연 회원 두 명도 동일한 현수막을 꺼내며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런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어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 위원장은 손에 든 표창장을 강 위원장에게 건내지 못하고 그의 어깨를 한 번 다독인 다음 물러섰다.

▲ 현병철 위원장이 상을 수여하려 하자 강재병 집행위원장은 '현병철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현수막을 꺼냈다. ⓒ연합뉴스

"국민의 인권을 위해 일해 준 분이 상을 주길 바랬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식이 파행으로 진행됐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세계인권선언 제62주년 기념식을 열고 지난 1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인권에 힘써온 단체 및 개인에게 인권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표창 단체 부분에서 상을 받을 예정이었던 인천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현장에서 상을 보이콧했다. 강재경 위원장은 수상 거부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인권을 위해 일해 준 분이 우리에게 상을 주길 바랬다"며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그가 자진해서 물러나길 오늘까지도 요구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결국 상을 거부하며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게 됐다"고 수상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 장차연은 시설장애인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폭로하고 탈 시설 자립생활을 위한 정책제도 마련을 위한 활동을 한 공로가 인정돼 민간부문 단체 자격으로 위원장 표창 수상자로 선정됐다.

인천 장차연의 경우, 수상 당일 날 수상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수상식에 앞서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단체 및 개인들이 줄줄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수상 거부를 밝히기도 했다.

▲ 이날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인권위 장례식을 진행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한국에 인권위가 있다는 게 부러웠는데 이젠 아니다"

한편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인권단체 연석회의 등 인권단체들은 이날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수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듭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기자회견은 인권위 지역사무소가 있는 광주, 대구, 부산 등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권상을 거부한 인사들이 참여했다. 인권위 표창장을 거부한 미얀마 출신 소모뚜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대표는 "한국에 인권위가 있어서 부럽기도 했다"며 "하지만 현재의 인권위를 보니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과거에 내가 알던 인권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모뚜 대표는 "우리가 인권상을 거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우린 인권상을 바란 게 아니라 인권을 바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모뚜 대표는 "현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진 않겠다"면서도 "양심에 따라 행동하길 요구한다. 부끄러운 게 뭔지 안다면 그 자리에 있을 순 없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논문 우수상을 거부한 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는 "현 위원장에게 상을 받으면 성 소수자와 철거민, 장애인들을 배반하는 거 같아 받을 수 없었다"며 "억압받는 소수자마저도 내버리고 있는 인권위는 사망상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권단체 회원들은 이날을 인권위가 사망한 날로 규정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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