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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간부 분신한 그날 밤, 무슨 일 있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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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간부 분신한 그날 밤, 무슨 일 있었길래?

화학물질 공장 협상중 야간 기습…火 부른 경찰

경북 구미 KEC의 노사 갈등이 노조 간부의 분신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30일 밤 노조 간부가 협상 중 경찰에 쫓겨 분신한 것으로 알려지며 경찰이 이번 사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경찰의 미숙한 태도는 분쟁 초기부터 도마에 올랐다. 회사 정문 부근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KEC 노조원들이 지난 21일 공장에 진입한 뒤 옥쇄투쟁에 나서자 KEC 사측에서는 경찰 투입을 요청했다.

경찰은 곧바로 법원에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사전 출석 요구를 하지 않아 절차상 체포영장 발부 요건을 갖추지 못 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지난 28일 오후 경찰 헬기가 공장 주변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던 천막 주변을 저공비행하다 천막을 무너뜨려 임산부를 포함한 여성 노조원 5명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자진 해산을 요구하는 선무방송 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노조 측에서는 "선무방송을 위해 굳이 저공비행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천막을 날리기 위한 표적 비행이었다"고 반발했다.

▲ 지난 28일 경찰헬기의 저공비행에 순식간에 무너진 농성 천막과 안에 깔린 노조원들. ⓒKEC 지회

무리한 대응의 정점은 노조 간부 체포 작전이었다. 체포영장 신청 9일 만인 30일에야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경찰은 30일 밤 노사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노조 간부 체포에 나섰고, 이를 눈치 채고 피신한 노조 간부들이 옆 화장실에서 대치하다 김준일 지부장이 분신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분신 사건 이후의 과정도 비난을 사고 있다. 경찰은 인근 구미 시내의 병원에서 김 지부장에 대한 응급처치를 실시한 뒤 김 지부장을 대구의 한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이 김 지부장을 이송한 대구 푸른병원이 화상전문 치료 시설을 갖춘 곳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 노조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이송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 지부장은 결국 화상전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30일 밤 벌어진 경찰의 '기습'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KEC는 삼성전자 등에 반도체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로 공장 안에는 염산, 불산, 실란가스 등 화학물질이 많아 충돌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됐던 곳이어서 경찰이 주간도 아닌 야간에 체포 작전에 나선 것은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를 수도 있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번 KEC의 노조 파업은 1999년 이후 4일간 파업을 벌인 이후 11년만으로 상습 분규 사업장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대응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조는 물론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권에서도 일제히 경찰을 이번 분신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해 비난하고 나서, 경찰 대응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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