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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인권위 1년, 산으로 가고 있다"

인권단체 "침묵과 강조의 불균형, 눈치보기 인권위" 성토

오는 17일이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한 지 1년을 맞이한다. 현 위원장 취임 1년. '현병철 인권위'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현 위원장 취임 1주년을 3일 앞둔 14일,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주최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현 위원장 취임 1년 동안의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을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의견표명하는 게 왜 독립성 침해인지 모르겠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최근 많은 논란이 되었던 것 중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사건, PD수첩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사건, 야간시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 등에서 인권위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에서 인권위는 의견표명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가인권위원들과 위원장이 인권위가 가져야 하는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현 위원장의 '정치권에 눈치 보기' 의혹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각 사건들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정치세력의 눈치를 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된다"며 "내용적 부분에 대한 다툼이라면 달릴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재판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의견은 명백한 현행법에도 벗어난 것으로 이 같은 비난에서 벗어나긴 어렵다"고 밝혔다.

▲ 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현병철 위원장 취임 1년 국가인권위 활동평가 토론회 'MB정권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를 말하다'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 배여진 활동가가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권위는 박원순 사건 등 세 가지 사안을 두고 "현재 심리중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법원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재판의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등의 이유로 의견표명을 부결시켰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국가인권위원회로 하여금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사건이 재판을 계속 중인 경우 등에 한해 법원의 담당재판부나 헌법재판소에 법률상 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서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목적이 사법부가 행하는 재판기능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에 의견 제출은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형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도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권고와는 달리 권고대상 기관에게 회신을 받는다던가 하는 게 없고, 참고해서 알아서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며 "그럼에도 어떤 근거에서 의견표명이 독립성 침해라고 하는지 사실 굉장히 궁금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병철 위원장 인권위, 산으로 가고 있다"

명숙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활동가는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산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명숙 활동가는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정부에게 부담이 되는 의견표명이나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잠정 유보됐지만 대북 방송 재개 권고안을 전원회의에서 논의하는 등 인권위가 정부의 성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임진강 방류 참사에 대한 유감을 표하는 논평을 내고 북한 당국에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해 당국 간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한 두 번에 걸쳐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라는 명분으로 대북방송 재개를 권고하는 안을 전원회의에서 논의했다.

반면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극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인권위 전원회의에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용산 참사에 대한 의견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현병철 위원장은 독단적으로 회의를 폐회해 이를 무산시켰다. 또한 지난 5월 한국의 표현의 자유 현황을 조사하러 온 유엔 표현의 자유 라 뤼 특별보고관이 상임 위원들과 합동 면담을 요구했으나 현병철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김형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은 "대북 확성기 등을 주장하는 근거는 인권위법에 명시된 인권위법 적용범위에서 '대한민국 거주인과 외국인'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주민이라는 전제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완 과장은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주민에게 근로 의무 등 4대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 기초생활보장을 해야 하고 그 밖에 사회보장 제도도 의무로 이행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놓고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완 과장은 "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을 하고 있으며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균형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기회가 된다면 논의를 통해 검증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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