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메우는 데 세금이 쓰이게 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저축은행의 PF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구조조정기금 2조5000억 원과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고유계정 자금 2500억 원 등 총 2조75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부실 PF 채권을 사들이는 데 세금이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금융감독 당국은 캠코의 고유계정을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 PF채권을 1조7439억 원에 매입했다.
엄격히 따지면, 캠코의 고유계정을 통한 지원은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상의 공적자금 투입은 아니다. 그러나 캠코의 손실은 결국 일반회계의 국고 지원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적자금과 다를 바 없다. 부동산 PF 부실 때문에 연거푸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셈이다.
마침, 이날 채권은행단은 부동산 PF 부실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C등급(워크아웃, 즉 기업개선작업 대상)을 받은 건설사는 9곳, D등급(법정관리 또는 퇴출 대상)을 받은 건설사는 7곳에 그쳤다. 세금을 크게 축낸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미진하다는 비판을 잠재우기는 부족해 보인다.
결국 화살은 금융감독 당국으로 돌아온다. '부실감독'이 부동산 PF 부실을 키웠다는 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91개 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 12조5000억 원(714개 사업장)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였고, 이 가운데 31.2퍼센트인 3조9000억 원 규모의 채권이 '악화우려'로 분류했다. 이번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주로 '악화우려' 채권을 인수하는데 쓰인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걸로 저축은행의 PF 부실이 다 해소될 수 있겠느냐'는 문제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PF 대출 잔액 12조5000억 원 가운데 '정상'은 26.4퍼센트인 3조3000억 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보통'이 42.4퍼센트인 5조3000억 원이며, 나머지가 이번에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는 '악화 우려' 채권이다.
여기서 '보통'으로 분류된 채권 42.4퍼센트가 '악화 우려'로 떨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초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 PF채권 1조7439억 원어치를 사들일 때도, 정부는 이걸로 저축은행 부실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부실은 계속 확대됐고, 결국 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파트는 일단 짓기만 하면 팔린다'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돈을 빌렸던 건설사, '위험 부담은 정부가 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묻지 마 대출'을 해 왔던 저축은행이 공모해서 생겨난 부실은, 향후 부동산 시장 동향에 따라 계속 확대될 수 있다. 아파트 등 건물 미분양 사태가 예상보다 확대되면, 이번에 '정상' 또는 '보통'으로 분류된 채권 역시 '악화 우려'가 될 수 있다는 게다. 그때도 다시 '공적자금으로 갚아주기'라는 방법을 써야 할까. 아마 그럴 게다. 그러나 건설사와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 성장률 수치에 눈이 먼 정부의 '부실감독'이 낳은 결과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세금을 쓰면, 정부 재정이 남아날 리 없다. 공공성 후퇴는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피해는 서민이 본다는 뜻.
7곳에 불과한 건설사 퇴출 명단을 보고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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