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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불통'이 문수 스님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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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불통'이 문수 스님을 죽였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문수 스님의 명복을 빌며

힌두교의 인드라는 하늘을 다스리는 최고신이다. 인드라가 불교에서는 제석천이 되었다. 그러나 뒤에 석가모니('석가 족의 성인')가 깨달음을 얻고 부처('깨달은 자')가 되자 제석천은 석가모니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수호하는 신이 되었다. 석가모니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은 <본생담>에 석가모니의 헌신과 희생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서로 사이좋게 지내던 원숭이, 수달, 승냥이, 토끼가 보시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들의 뜻을 알아보고자 제석천이 배고픈 나그네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원숭이, 수달, 승냥이는 저마다 음식을 마련해서 보시를 했으나 토끼는 보시할 음식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자 토끼는 모닥불을 피우고 제 몸을 던져서 보시하고자 했다. 그 순간 제석천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토끼를 구하고 그의 모습을 달에 새겨 놓았다. 그 토끼가 바로 석가모니였다.

<본생담>은 석가모니가 한 생에서 깨달음을 얻고 신과 같은 성인이 된 것이 아니라 수없이 거듭되는 윤회 속에서 계속 헌신과 희생의 삶을 살아서 마침내 성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신에 대한 모독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불교에서는 자살을 가장 위대한 헌신과 희생의 방법으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불교에서 자살을 권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석가모니가 토끼였을 때의 이야기가 잘 보여주듯이 그것이 진정한 헌신과 희생의 방법이어야 자살은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진정한 헌신과 희생이었을 때, 자살은 '공양'이 될 수 있다. '공양'이란 그냥 음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나 다른 사람들에게 음식을 바치는 것"을 뜻한다. 석가모니가 토끼였을 때 실천한 것은 자신의 몸을 태워서 바치는 '소신공양'이었다.

구미의 한 절에서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라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정진하던 중년의 스님이 짧은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을 했다. 문수 스님이 그 분이다. 문수라는 법명은 '문수보살'의 이름과 같다. 보살은 부처가 되기 전의 구도자를 뜻한다. 문수보살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승불교에서 최고의 지혜를 인격화한 존재로서 석가모니의 왼쪽에 있으면서 지혜로 중생의 번뇌를 끊어준다.

문수 스님은 어떤 번뇌를 끊어주고자 '소신공양'을 했을까? 그것은 그가 남긴 짧은 유서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소외된 사람을 위하라는 세 가지 사항을 이명박 정권에게 촉구했다. 그의 자살이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른 고귀한 '소신공양'인 까닭을 여기서도 잘 알 수 있다.
▲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세속의 눈으로 보자면, 불통 정부가 빚어낸 또 하나의 참사다. ⓒ프레시안(선명수)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망국적인 '4대강 살리기'를 중단시키고 부정부패가 없으며 서민이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고귀한 '살신성인'의 헌신이요 희생이다. 그러나 세속의 관점에서 보자면, 불통 정부가 빚어낸 또 하나의 참사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의 이름을 내걸고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고 있다.

강을 폭약으로 폭파하고 포클레인으로 깨부수고 불도저로 까뭉개고 있으면서 한사코 '강 죽이기'가 아니라 '강 살리기'라고 주장한다. 최근의 조선대와 상지대 사태에서 잘 드러났듯이 최악의 사학 부패 범죄 세력마저 활발히 복귀하고 있다. 서민을 위한 복지 예산을 줄이면서 부자를 위한 토건 예산을 늘리고, 부자에게 막대한 감세를 해 주고는 서민에게 증세를 하려 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소통조차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4대강 죽이기'이다. '4대강 살리기'는 4대강의 물리적 형태를 대대적으로 파괴한다는 점에서만 '4대강 죽이기'인 것이 아니라 4대강의 생태계를 대대적으로 파괴한다는 점에서도 '4대강 죽이기'이다. 강물뿐만 아니라 강바닥과 강변이 모두 강을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이며, 또한 무수한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물의 서식지이다.

이명박 정부는 귀중한 서식지를 대대적으로 파괴하면서 무수한 생명체들을 죽이고 있다. 불교와 기독교의 차이를 떠나서 생명을 만들고 기르는 신의 뜻을 존중하는 종교인이라면 누구도 용납할 수 없는 미증유의 파괴와 살생의 사업이 바로 '4대강 살리기'인 것이다. 불과 3년 만에 무려 22조 원 또는 30조 원이 넘는 혈세를 투여하게 될 이 참담한 사업은 이 나라의 자연(Ecosystem)과 경제(Economy)를 모두 심각하게 파괴하고 말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문수 수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는 현수막을 거리에 내거는 것조차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다. 선관위는 조계사에 설치한 조문소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철거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조계사에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데 이런 곳에 문수 스님의 유서를 크게 인쇄한 현수막을 걸어 놓고 조문을 하도록 했으니 선거법 위반이 당연하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이 수많은 공무원들에게 '4대강 살리기'를 극구 칭송한 것은 전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고 문수 스님을 조문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선관위의 논리는 아무래도 과학이나 상식을 초월하는 것 같다. 내가 지구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안드로메다의 이상한 별로 이동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한 다음 날 아침,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세종시 수정' 사업에 대해 한나라당의 뜻을 존중하는 쪽으로 국민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셈이기 때문에 두 사업을 정상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압승하지 못한다면 두 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압승하더라도 두 사업은 정상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두 사업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업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 두 사업은 바로 이 점에서 크나큰 논란을 빚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더욱 더 그렇다. 경제적 타당성 평가, 환경영향 평가, 문화재 조사 등의 모든 면에서 의혹과 우려가 크기만 하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이준구 교수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김정욱 교수를 비롯해서 전국에서 수천 명의 교수들이 그 중단을 촉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조계사에서는 문수 스님의 장례를 문수 스님이 머물던 절의 본사인 은해사가 주관하는 장례로 치르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결정은 문수 스님이 행한 '소신공양'에 비추어 보아서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수 스님은 이 나라와 민족의 행복을 위해 이명박 정권의 반성을 촉구하며 '소신공양'을 했다. 석가모니가 토끼였을 때 다른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노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신공양'했던 것을 문수 스님은 그대로 따르고 실천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철저히 따랐다는 점에서나, 이 나라와 민족의 행복을 위한 고귀한 헌신과 희생이었다는 점에서나,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해 조계종은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서 그 뜻을 기려야 할 것이다. 문수 스님의 장례는 조계종 장례로 치르거나 최소한 조계종 환경위원회 장례로 치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불교에서 '소신공양'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른 생명을 위해 바치는 가장 고귀한 헌신과 희생이지만, 세속의 관점에서 보아서 그것은 소통을 거부하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는 막강한 권력에 대한 가장 참담한 저항이다. 권력이 소통을 거부하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이런 저항이 나타나게 된다.

문수 스님의 고귀한 뜻을 살리는 길은 권력이 소통을 거부하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부디 맑은 마음으로 문수 스님의 유서를 읽기를 바란다. 그 짧은 유서는 이명박 정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죽비이자 등불이다. 이명박 정권은 하루빨리 전문가들의 지적과 성직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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