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선거권 연령을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낮추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선거권 연령이 만18세냐 만19세냐는 당장 올해 치러질 대선에서 60여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투표권을 갖느냐 못갖느냐의 문제입니다. 그 60여만 명 중에는 올해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고등학교 졸업 연령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포함됩니다. 만약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올해 4~5월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 사람들 중에서 생일이 빠르지 않은 사람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도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자녀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 자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살이 되었지만 지금 선거법대로라면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만19세에서 몇 달이 모자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일까요?
만19세를 고집하는 논리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논리도 없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말이 안 됩니다.
전세계에서 만 19세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정치적 판단력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한민국의 만18세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정치적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근거가 어디에 있을까요? 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그 국가의 청소년들보다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까?
만18세로 선거권을 낮추면 고등학생들이 정치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 정도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합니다.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일찍부터 정치에 참여하는 국가가 민주주의가 잘 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정치 선진국들은 10대부터 정당 가입도 하고 정치활동을 시작하며, 19세 국회의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18세가 반드시 고등학생인 것도 아닙니다. 제 딸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민들 중 상당수가 만18세입니다. 만19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연령의 시민들까지도 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보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합니다. 보수적인 공무원조직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라고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권자 연령을 만18세로 낮출 것을 권고했습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세계 대부분의 국가(147개 국)들이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만 따지면, 대한민국만 만19세이고, 다른 모든 나라는 만18세 이하입니다.
오스트리아같은 일부 국가들은 만16세로 선거권을 낮추기도 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만16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춘 것이 2007년인데, 그 이후에 여러 번 선거를 했지만 부작용이 있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가장 나쁜 정치는 유권자의 권리를 제한해서 이익을 얻겠다는 정치입니다. 표를 먹고 사는 정당과 정치인이 유권자의 투표권을 제약해서 이익을 얻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들은 정말 비뚤어진 정당이고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무슨 '바른 정당'입니까?
그리고 만18세 선거권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가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데,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도 침해하면서 무슨 '시스템 개혁'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권력구조 개편을 주장하면서 거론하는 국가들 중에 만19세로 선거권을 규정한 국가가 있습니까? 이원집정부제의 프랑스든, 의원내각제인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든, 4년 중임제의 미국이든 모두 만 18세 이하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논하려면, 그 전에 법률로 개정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부터 먼저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문제는 대선 전에 선거법 개정을 하려면 시간이 별로 없다는 데 있습니다. 만18세의 청년들이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려면 범시민적인 압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표. 각국의 선거권 연령(세계 190개국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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