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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타인의 고통에 아픔을 느꼈던 작은 자의 투쟁기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하얼빈>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에서 던진 질문은 계엄 사태가 벌어진 한국 사회 전체를 휘감았다. TV로 계엄이 선언되는 장면을 목도한 순간 모든 이들이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를 떠올렸다는 점에서, 거리로 나와 탄핵을 외친 수많은 시민이 억울한 희생자들의 핏값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이동윤 영화평론가
2024.12.28 14:59:13
사악해져야 생존하는 세계, 상상력으로 현실 바꿀 수 있을까?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위키드>
사악해져야 생존할 수 있는 세계 영어 형용사 queer(괴상한), weird(기이한), bizarre(별난)는 정상성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이라 여겨지는 대상들에 붙여진다. 정상성에서 벗어난 존재들이기에 이 단어 속엔 부정적, 때로는 혐오적 시선과 감정들이 담겨져 있다. 하나의 기호로서 단어에 담긴 뜻과 뉘앙스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된다. 혐오 표현이었
2024.11.24 18:00:28
대도시의 사랑'법'을 해석하기 위한 몇 가지 단초들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대도시의 사랑법>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작과 영화가 정의하는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는 책 제목으로 대도시에서만 특별하게 존재하는 사랑법이 있음을 전면에 내건 바 있다. 작가가 전하는 대도시의 사랑법을 좀 더 이해하려면 그의 단편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에 담긴 네 편의 단편 소설들을 모두 종합해 보아
2024.10.06 11:00:04
<베테랑2>가 관객에게 던진 '찝찝한 질문'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베테랑2>
*영화 <베테랑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5년, 서도철(황정민) 형사는 재벌가 2세 조태오(유아인)의 범죄행각을 막기 위해 온몸으로 자본 권력의 폭력을 받아내야 했다. 마치 조선 시대 왕의 액운을 없애기 위해 그 기운을 대신 받아내 건강을 잃어야 했던 액받이 무녀처럼, 그는 도심 속 시민들의 핸드폰 카메라가 응시하는 현장 속에서 스스로를
2024.09.14 12:04:01
에이리언의 공포, 그 이면에 숨겨진 윤리적 질문들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에이리언: 로물루스>
20세기 폭스사의 에이리언 vs.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1978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에이리언>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공포영화 가능성을 열어젖히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했다. 첫 번째 작품의 흥행 성공과 평단의 호평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은 후속작 연출을 적극적으로 희망했으나 판권을 쥐고 있던 20세기 폭스사에 의해
2024.08.17 13:00:34
故 이선균 유작 <탈출>, 장르적 관습도 막을 수 없는 상실의 아픔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이 글에는 영화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재난 영화는 일반적으로 천재지변으로 일어난 불가항력적인 재앙을 중심에 두고 서사를 펼쳐낸다. 사건이 불가항력적이다보니 그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들은 각자의 성격과 개성을 뽐내고 드러내기 보다 죽음 앞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적극적으로 생의 의지를 드러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 인물들의 욕망
2024.07.13 17:00:48
오물 풍선 오가는 재난적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하이재킹>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는 실제 벌어진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이재킹> 또한 마찬가지다. 1971년 1월 23일 발생한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기에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반드시 과거의 실제 사건과 이를 둘러싼 이데올로기를 함께 살펴봐야만 한다. 물론 한 편의 영화가 지니는 독립성과 생명력을 충분히
2024.06.21 15:58:25
조지 밀러 감독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제작해야만 했던 이유
[무비 언박싱] 우리는 어떻게 잔혹함에 맞설 것인가?
2015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가 개봉한지 9년 만에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가 개봉한다. 서사의 흐름상 작품 공개 순서가 서로 바뀌었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처음부터 두 작품은 자웅동체처럼 함께 기획되었다. <분노의 도로> 시나리오가 집필되는 1
2024.05.25 13:02:05
동성애와 이성애, 그 사이 어딘가를 탐험하는 <챌린저스>의 인물들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챌린저스>, 루카 구아다니노의 새로운 변곡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그의 영화 세계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온 주제는 인간의 은폐된 욕망이었다. <아이 앰 러브>(2011), <비거 스플래쉬>(2016)가 결혼제도에 억눌린 욕망을 탐구했다면 <콜미 바이 유어 네임>(2018)은 동성애적 욕망을, <서스페리아>(2018)는 체제
2024.04.27 12:06:38
온 세상이 밈이라면? <댓글부대>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
[이동윤의 무비언박싱] 거짓이 진실 같은 세상 속에서 정의를 추구하기란?
기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수의 영화는 주인공이 은폐된 진실을 파헤쳐 이를 폭로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적 모험담으로 서사를 직조한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제아무리 속물적 인간 유형이라 할지라도 불의 앞에 눈을 돌리지 못한다. 기어이 피해자의 억울함과 고통에 동감하여 결국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특종을 잡기 위한 욕망으로 가득 찬 세속적 유형조차도 자신
2024.03.26 05: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