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6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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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9ㆍ끝>
아주 멀다.그러나 가까워온다.눈보라 속인 듯 안개 속인 듯 희미하다.누굴까?달마가 서쪽에서 오는 것인가!(達磨西來意)아니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니 곧 무궁무궁의 길인가!(環中無窮)검은 점은 그친다.흰 여백만 남는다.문득 유달산(儒達山) 기슭의 한 정원이 떠오른다.그
김지하 시인
2005.02.26 09:10:00
온종일 어수룩하고 미안해서 빌고 싶고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8>
절을 내리므로서 산에 오르는 길.달마는 이미 부서져버렸다.그 완강하던 달마의 구년면벽(九年面壁)은 박살나버렸다.한 자취만이 남는다.공연히 온종일 어수룩하고 허름하고 공연히 미안해서 그저 누구에게나 빌고 싶고 아무 특별한 재미도 없이 그저 그냥저냥 독특하기만 한
2005.02.25 13:22:00
본다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7>
새도 나도 다 떠나고 끝내는 ‘봄’만이 남는다. ‘보는 행위’, 아니 ‘보는 자리’, 그 텅 빈 흰빛만 남는다.안경까지 쓰고 보고 또 본다.끝이 보인다.달마의 끝.이 연재도 끝날 때가 되었다.실은, 한 수수께끼가 풀린 셈이다.내가 젊었을 때 한 스님이 안경을 쓰고 다니는
2005.02.23 09:13:00
탄다 탄다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6>
일본의 선학자(禪學者) 스즈끼(鈴木)가 말했다.“여자를 꽃 보듯 보면 아무 탈 없다.”그래 여러 사람이 여자를 꽃 보듯 보기로 했다.아름다웠다.그리고 마음이 따사롭고 훈훈했었다.그런데 어느 날 그 꽃이 활짝 벌어지며 짙은 향기가 풍겨온다.갑자기 발기가 시작된다.꽃이
2005.02.22 13:31:00
허공에 우담바라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5>
진달래라도 좋으리민들레 씨앗이라도 좋으리허공을 나르는 작은 풀씨라도 좋으리.중요한 것은 그것이 허공을 날아다님에 있으니 마치 산수화에서 여백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라!우담바라 꽃잎에 기도드림은 허공을 제 안에 모셔드림이니,그렇다.우담바라는 조건인 것이다.
2005.02.19 09:22:00
새 나 본다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4>
참새라면 쥐라면 파리 모기 빈대라면풀 돌 물 연기 구름이라면한줌 흙이라면차라리 아예 태어나지 말았더라면 태어나도 노을진 어느 보리밭 가녘귀떨어진 돌부처로 모로 누웠더라면일그러진 오지 그릇 속텅 빈 기다림으로나 기다림으로나거기서 항시 멈췄더라면차라리먼저 간
2005.02.12 09:56:00
꽃봄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3>
꽃을 보는 것은 쾌락이다.꽃을 보는 스님의 행동은 파계다.그러나 한 선학자(禪學者)는 말했다.‘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죄가 아니라 참선이다.’라고.그러매 꽃을 보는 것은 곧 꽃이 피는 것, ‘봄’이다.봄은 참선이다.그러나 봄에 절문이 닫혔으니 웬일일까? 절문이 닫혀
2005.02.07 15:26:00
샛바람 불면 매화춤 추리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2>
눈보라 없이 매화 있는가?없다.샛바람 쓩쓩대는 이월 아니고서도 추운 매화, 한매(寒梅) 한 가지 오똑 비껴서 흰꽃 피울 수 있는가?없다.그러매 선(禪)은 아마도 매화 그리는 다섯가지 요령 아닐까?몸통은 늙고줄기는 괴상하고가지는 해맑고 나무끝은 여리며꽃은 기이해야 한
2005.02.05 10:29:00
나 새 본다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1>
모심, 살림, 후천개벽이 나의 눈동자라면 공(空)이요 허(虛)요 무(無)요 빈터는 나의 망막이리라.망막 자리에서 눈동자를 본다.절집(佛敎)에 앉아서 동학정역(東學正易)을 본다.눈인 듯 고운 손 어즈러이 움직이니가락은 끝났으나 정은 남았네가을 강물 거울빛 열려푸른 봉우
2005.01.29 09:13:00
표주박 하나 벽 위에 걸려있다
김지하 달마展-가을에서 봄까지 <20>
진종일 나마저 잊고 앉아있나니하늘이 꽃잎 뿌려 비 오는구나내 생애에 무엇이 남아있는가표주박 하나 벽 위에 걸려있어라함월해원(涵月海源) 스님의 시다.나는 끝끝내 한 표주박, 그것도 벽 위에 걸린 달랑 하나의 표주박일 뿐이다.‘한’이다.
2005.01.22 09: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