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 12월 28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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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무역 폐지의 진짜 일꾼, 토마스 클락슨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역사는 항상 국회의원님들만 기억하더라
역사책을 펼치면 1807년 영국 노예무역 폐지의 영웅으로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 1759–1833)가 등장한다. 국회의원이었으니까. 웅변이 뛰어났으니까.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으니까. 그런데 정작 20년간 영국 전역을 누비며 증거를 수집하고, 2만 명의 선원을 인터뷰하고, 1200개 지부를 조직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
의사가 '일부러' 비싼약 처방해도 따라야 하는 이유는? '성분명 처방' 의무 없어서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약국 앞에서: 성분명 처방하는 영국, 제품명 처방하는 한국
런던의 어느 병원. 의사가 처방전을 건넨다. "아모시실린(Amoxicillin) 500mg, 하루 세 번 드세요." 환자는 약국으로 간다. 약사는 선반을 훑어보고 가장 저렴한 복제약(제네릭)을 꺼낸다. 환자는 5파운드를 낸다. 끝. 서울의 어느 병원. 의사가 처방전을 건넨다. "오구멘틴정 500mg, 하루 세 번 드세요." 환자는 약국으로 간다. 약사는
이윤과 양심은 양립할 수 있다! 초콜릿과 활자로 영국을 흔들다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조셉 프라이, 달콤한 혁명가 그리고 활자가 된 신념
18세기 영국의 거리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혼란스러웠다. 술에 취한 노동자들이 거리를 비틀거리고, 아동들은 공장에서 하루 14시간씩 일했으며, 부유층은 그저 자기 재산 불리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계몽주의는 지식인들의 살롱에서나 떠드는 말장난이었고, 실질적인 사회변화는 요원했다. 그런데 이 혼돈의 시대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의사 출신으로
마르크스-엥겔스 혁명이론의 숨은 공저자, 리지 번스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철학자를 가르쳤던 혁명이론의 뿌리
역사책을 펼치면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의 이름이 금빛으로 빛난다. 하지만 그 빛나는 이론의 뒤편, 맨체스터의 매캐한 공장 굴뚝 아래에는 한 아일랜드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리지 번스(Lizzie Burns, 1827-1878). 세계를 뒤흔든 혁명 이
영국 왕립학회 최초 여성회원이 감옥에 갔다…왜?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캐슬린 론즈데일, 결정(Crystal)학자이자 평화주의자
1903년 아일랜드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캐슬린 론즈데일(Kathleen Lonsdale, 1903-1971)은 열 명의 자녀 중 막내였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 우체국장, 어머니는 네 명의 자식을 잃은 뒤 여섯 아이를 이끌고 영국으로 도망쳤다. 20세기 초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결혼, 수녀원, 혹은 가정교사.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어야 정상이다. 하
로버트 서우디, 이상주의 청년이 보수 어용 문인으로 변절하다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혁명가에서 체제의 시인으로 변신한 낭만주의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계관시인 로버트 서우디(Robert Southey, 1774-1843)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으로, 무려 30년간(1813-1843) 계관시인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날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료 시인이었던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 1772-1834)와
총소리 너머 들린 목소리, 코더 캐치풀의 양심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상사의 명령에 '아니오'라고 말한 남자
1916년, 영국 군사법정에 한 남자가 섰다. 레스터 출신 기계공 토마스 '코더' 페티포어 캐치풀(Thomas 'Corder' Pettifor Catchpool, 1883-1952). 그는 판사 앞에서 말했다. "저는 총소리 너머의 부름을 들었습니다." 이 한 문장으로 2년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았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시작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가게 하나가 세상을 바꾸다, 찰스 하워스와 로치데일의 기적!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28명이 1파운드씩 모은 협동조합의 시초
가난한 베짜기가 꿈꾼 혁명 1844년 12월 21일, 동짓날 저녁이었다. 영국 북서부 멘체스터 로치데일의 두꺼비 골목에 있는 허름한 가게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진열대에 놓인 건 버터 몇 덩어리, 설탕, 밀가루, 오트밀 한 자루, 그리고 촛불 몇 개. 가스 회사가 공급을 거부해서 이 촛불로 가게를 밝혀야 했다. 웃음거리였다. 자본가들은 코웃음 쳤
초콜릿 재벌의 사회주의 실험, 캐드버리와 본빌 공동체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초콜릿 뒤에 숨은 사회개혁가 엘리자베스 메리 캐드버리
초콜릿 하나 집어 들 때, 우리는 그저 달콤함만 생각한다. 하지만 19세기 말 영국에서는 초콜릿 한 조각에 평등과 복지의 꿈이 녹아 있었다. 그 중심에 엘리자베스 메리 캐드버리(1858-1951)라는 여성이 있었다. 93년을 산 이 분은 초콜릿 재벌과 결혼했지만, 부자집 마님 노릇은 거부하고 평생을 사회개혁에 바쳤다. 본인부터 금수저를 거부한 귀족 출신
뮤지컬 <캣츠> 원작자, 미국인이 영국문학의 대부가 된 사연
[김성수의 영국이야기] 영국문학의 마지막 거장, T.S. 엘리엇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나? 아마 대부분은 "처음 듣는데?" 할 테지만, <캣츠>라는 뮤지컬은 알 것이다. 바로 그 고양이들의 정신적 아버지가 이 양반이다.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이 사내가 어쩌다 영국 문학의 거목이 되어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고, 심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