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전반전, 韓 기선제압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 전 총리 수행 및 경호 담당자들은 모두 한 전 총리 측에 유리한 증언들을 내놨다.
당시 수행과장이었던 강 모 씨는 "보통 오찬이 끝나면 한 전 총리가 호스트이기 때문에 먼저 나와 손님들을 안내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한 전 총리가 오찬 뒤 다시 오찬장으로 들어간 일도 없고, 뭔가를 두고 왔으면 부속실 직원이 챙긴다"고 말했다.
당시 총리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호스트'인 총리가 공관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에 앞서서 손님들을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저녁 식사가 아닌 점심식사인 경우 총리는 다시 정부종합청사 집무실로 돌아가거나 다른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공관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다시 공관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장관들과 함께 한 식사라면 의전 순서상 경호·수행 차량이 따라 붙는 총리 관용차가 먼저 출발하고, 뒤이어 장관들이 출발하기 때문에 당시 정황상 총리가 오찬장에 남아 돈 봉투를 확인하거나 다시 돌아와 돈 봉투를 챙겼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총리공관 부속실 직원들은 항상 오찬 직후 방을 확인해 총리나 내빈들이 두고 간 물건이 있으면 챙겨주기 위해 확인하는 업무를 하는데, '봉투'를 봤다는 직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혹스럽다. 곽 전 사장은 여전히 "돈을 두고 왔다"고는 진술하지만, 돈이 누구에게 갔는지는 특정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도 "해외 출국이 많았던 한 전 총리 환전 기록이 없느냐"는 정황 증거를 제시했지만, 한 전 총리 측은 "해외 초청의 경우 비용을 초청자가 다 대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남은 재판에서 검찰이 한 전 총리가 돈봉투를 수령했다는 직접적 증거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판사 출신이자 한 전 총리와 서울시장 경쟁자가 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기소 후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다소 그렇게 보인다"고 답할 정도로 검찰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 한명숙 전 총리가 19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5만달러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방선거 판도 상당한 영향
4월 9일 선고 예정인 1심 재판에서 한 전 총리가 '증거 불충분' 수준을 넘어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판단까지 끌어내는 깨끗한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지방선거 구도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일 전망이다.
이는 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일었던 검찰의 무리한 기소 논란까지 반추시킬 가능성이 높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5월23일)를 앞두고 '한명숙의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는 개인적 차원을 뛰어넘어 '권력기관에 의한 노 전 대통령 타살'이라는 공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선거공학상 '한명숙(서울)-유시민(경기)-이광재(강원)-안희정(충남)'의 '친노벨트' 선거 구도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여당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프레임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과 맞물리면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적으로 검찰이 한 전 총리를 키워준 꼴이 된다.
다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한 전 총리 1심 재판 결과가 나와도 검찰의 항소에 의해 선거 기간에도 계속 재판에 불려 다녀야 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회심의 반전 카드를 제시하지 못해도 이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만에 하나 검찰이 남은 1심 재판 과정에서 뇌물 혐의를 입증할만한 '반전 카드'를 제시하고 '유죄' 판결이 나오면 여야의 정치적 처지는 완전하게 뒤바뀐다.
선거 프레임을 '검찰 수사'와 '노무현 추모'로만 끌고 가기에도 한계가 있다. 4월초 재판이 결론 난 뒤에 오히려 여권의 후보경쟁이 치열해지면 '단독 후보' 한명숙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질 수 있다. 2006년 오세훈-강금실 역전을 경험한 민주당에서는 '패를 먼저 까면 진다'는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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