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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주의 외치던 게 누군데…

[김종배의 it] 국민투표론에 숨은 청와대의 아집

'아이러니'란 말이 딱 맞다. '이율배반'이란 말도 딱 맞다. 청와대의 세종시 국민투표 검토 방침이 그렇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그랬단다. "중대결단을 할 수 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그랬단다. "대의민주주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추리자면 이런 말이 된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중대결단, 즉 국민투표를 감행할 수도 있다는 말.

'아이러니'라고 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입으로 제 꼬리를 물기에 그렇다. 제 손으로 제 뺨을 때리기에 그렇다.

밀어붙일 때마다 읊조렸다. 감세법안, 미디어법, 4대강사업 등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사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그들은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들먹였다. 국회는 국민 대의기관이라고, 그 대의기관에서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들은 그렇게 주장하면서 직접민주주의의 아우성을 묵살했다.

그 때 그들의 논리에 의지하면 세종시 수정안 표류 또한 대의민주주의의 반영이자 다수결 원리의 투영이다. 그 때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대의기관의 다수가 미디어법을 찬성한 것이 정당하듯, 대의기관의 다수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것 또한 정당하다.

헌데 청와대는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하던 원리를 이제와선 썩은 칼자루 대하듯 한다. 그들이 신봉하는 '수의 논리'가 아무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는데도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개탄한다.

견강부회다. 청와대가 개탄하는 '작동불능상태'는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빚어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야당은 빨리 내라고 한다. 정부가 마련한 세종시 수정 관련 법률안들을 국회에 빨리 제출해 빨리 결론짓자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의민주주의에 회부하지 않는다. 세종시 수정 법률안을 제출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의 집안싸움에 목매달고 있다. 이렇게 대의민주주의를 피해가기 위해 암중모색하면서 입으론 대의민주주의 작동불능상태를 개탄한다.

독선이다. 청와대가 국민투표를 운운하는 데에는 선험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세종시 원안은 글렀고 수정안은 옳다는 전제다. 청와대가 이중태도를 보이는 데에도 선험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세종시 원안은 글렀고 감세법안과 미디어법은 옳다는 전제다. 바로 이런 전제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대의기관의 권능과 다수결의 원리를 옹호하고 다른 때에는 대의민주주의의 작동불능상태를 개탄하는 것이다.

어쩔 수가 없다. 청와대의 이율배반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일관성을 뽑아내려면 한 가지 방법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단어의 뜻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들이 언급하는 '대의'를 '민심 대변'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 대리'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래야 풀린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사이에서 오락가락, 이율배반 행태를 거듭하며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는 청와대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집' 말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2월 25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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